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피플&컬처 > 컬처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가다]
가치의 재발견, 공예가 마음을 움직인다

공예의 가장 큰 장점은 ‘쓰임’과 ‘아름다움’을 겸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상과 철학도 스며들게 할 수 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는 또 하나의 가치를 찾는다.

바로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공예의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여정에 세계적인 저술가 알랭 드 보통이 함께해 화제를 모았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청주문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옛 연초제조창에서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CD를 빼곡히 이어 만든 구조물에 덮인 건물이 햇살에 은비늘처럼 반짝인다.청주 시민들이 쓰지않는 CD 30만장을 기부받아 설치한 전병삼 예술감독의 ‘85만 청주의 꿈’ 프로젝트다. 2 제프리 사미엔토(미국)의 청주 옛 연초제조창 162×73×1.5㎝, 유리, 2015

 

 

공예, 근대산업의 요람 연초제조창을 점령하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은 옛 청주연초제조창. 청주 근대산업의 요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73년 건립된 연초제조창은 2004년 폐창 이후 7년간 방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주시가 350억원에 매입한 후 이곳을 헐지 않고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삼아왔다. 2011년부터 공예비엔날레가 이곳에서 열리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1 이인화의 감정의 기억_고화도 소성백자, 20×20×2㎝. 제9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 금상작. 2 전시장에 마련된 전통한지 만드는 체험 부스에 참가하며 즐거워하는 관객들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연초제조창의 내부. 거대한 천장 높이가 공장의 규모를 실감케 한다.

 

옛 연초제조창은 규모부터가 적지 않다. 지상 5층에 연면적이 5만㎡를 넘는다. 전시장으로 쓰인 층마다 거대한 천장과 콘크리트 기둥이 그대로 드러나 관람객의 미감을 돋우는 공예 갤러리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전시장 외벽은 CD로 뒤덮였다. 청주 시민의 염원을 담은 CD 수만장이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다. 전시장 안팎에는 공예품 판매장과 공예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규태의 사과 오브제와 바다 풍경(액자)_도자, 2015.

 

 

잇고 더 더하라; The Making Process

1999년부터 두 해 마다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올해 9회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까지 공예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슈를 던져온 공예 특화 비엔날레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올해의 주제는 ‘잇고 더 더하라; The Making Process’.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변화해 온 공예를 ‘제작과정’의 측면에서 주목해 보겠다는 취지다. 제작과정의 변화와 진화를 탐색하는 것은 공예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12개국 46팀의 작가와 단체를 섭외했다.

 

 

이은범의 청자의 변주_도자, 약 78×15×6㎝, 2015.

 

전시는 크게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도입부에서는 작가의 또 다른 손, ‘도구’에 대해 말한다. 도구의 쓰임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은 물론,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엿볼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박순관의 도구 컬렉션을 비롯해 박홍구, 김준용, 조효윤의 도구를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은 ‘유산’. 우리가 유산으로 가져가야 할 공예의 전통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그것에 오늘날의 미감을 더한 도예가 노경조, 박홍구 작가의 세련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가브리엘라 리겐자의 백일몽_3D 프린팅 나일론, 36.1×36.1×14.9㎝, 2014.

 

세 번째 ‘확장’ 섹션은 공예의 현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오늘의 공예는 첨단 과학기술과 새롭게 제시된 재료들을 적극 끌어들인다. 3D 프린팅 기술, 워터젯 컷팅 기술, CNC가공 등 현대적 기술을 작업과정에 적극 사용하며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미국의 제프리 사미엔토는 워터젯 커팅 기술을 이용해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을 유리건물로 재현해 보였다. 영국 유명 모자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리겐자는 한국의 갓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3D 프린팅 모자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손몽주의 표류로_나무, 고무줄, 가변설치, 2014.

 

 

토마스 청의 XF169_도자, PVC튜브, 아크릴 보드, 가변설치.

 

마지막 ‘공존’ 섹션은 공예가 현대미술 혹은 디자인과 만나 서로 섞이고 대립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담았다. 1977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토마스 청은 디지털 혁명을 도예와 접목시키고 있다. 6명의 한국유리공예 작가가 모인 소피에타, 청자 파편으로 남한 반도를 만들어 보인 네덜란드 보케 드 브리 등의 작품들은 미술과 공예의 대화를 이끈다.

 

 

기억. 이승희의 기억_도자, 각각 10×40㎝.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지니면서 친근한 대나무를 단단하고 아름다운 빛깔의 도자로 형상화해 대나무의 새로운 매력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알랭 드 보통과 참여작가 15인, 치유의 공예 선보여

전시의 피날레는 공예와 인문학이 만나 완성된 알랭 드 보통 특별전 ‘아름다움과 행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이 예술감독으로 참여, 한국의 젊은 창작자 15인과 함께 만든 치유의 전시다.

 


유연함. 김희찬의 유연함_갈대, 400×400㎝, 2015. 3D프린터를 이용해

모듈을 제작하고 전통 바구니 짜기 방식을 이용한 작품이다.

 

그는 공예 작품은 실용적인 도구인 동시에 심리적인 도구라고 보았다. “공예품이 단지 아름답고, 쓰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희망. 김재성의 희망_한지, 조명, 철사, 각 210×210×50㎝, 2015. 자연물이 가진 생명력, 에너지를 한지조명으로 형상화해 일상적 공간을 희망의 공간으로 변화를 꾀한다.

 

한국의 작가 15인은 우리가 살면서 기억해야 할 자연, 희망, 강인함, 사랑, 편안함, 노력 등 15가지 요소들을 물리적 형태로 구체화시켰다. 작품마다 예술감독 알랭 드 보통이 내놓은 꼼꼼하고 유려한 필치의 감상평도 만날 수 있다. 작가 강희정의 작품에서 그는 ‘우아함’이라는 가치를 찾았다.

 

 

불완전함. 이재범의 돌꽃_돌, 양모, 2015. 양모의 물성을 연구하며 다양한 실험적 기법을 연구 개발하는 작가. 소박한 돌멩이에 따스한 양모를 입힘으로써 불완전한 것들도 아주 큰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옻칠을 위주로 한 그녀의 작품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차분하다. 우리는 흔히 매우 특별하고 고귀한 것들만이 우리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강희정의 옻칠은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란스러움이나 과잉, 자아도취 대신 ‘우아하게’ 우리를 은근하게 끌어당기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1 성숙함. 문채훈의 소반_나무, 옻칠, 자개, 황동, 44×44×31㎝, 2015. 문재훈 작가를 처음 만난 알랭 드 보통은 ‘성숙함’이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오랜 시간과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옻칠의 특성이 성숙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났다.

2 17 우아함. 강희정의 기반잔저(器槃盞箸)_나무, 옻칠, 2015. 칠기는 우아함이란 특징을 발산하며 그럼으로써 자신이 대단히 검소하면서도 존엄한 세속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물건임을 암시한다.

 

지승공예의 전통을 잇고 있는 김은혜 작가의 ‘행복을 더하는 그릇’은 ‘강인함’을 제시한다. 너무 약해서 가망이 없어 보이는 한지 한가닥을 배열하고 결합해 믿을 수 없이 강인하고 유용한 물건을 창조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인함. 김은혜의 행복을 더하는 그릇_한지, 2015. 인내와 끈기의 결정체인 지승공예에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고자 하는 소중한 바람을 담았다.

 

그밖에 한지 조명으로 ‘희망’을 표현한 김재성,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모듈과 전통 기법인 갈대 바구니 짜기를 접목해 ‘유연함’의 힘을 보여준 김희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공예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었고, 답을 찾았다.

 

 

동행. 최정유의 적합_동, 2015. 알랭 드 보통은 최정유의 작품에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론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사랑은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며 더 나은 존재로 이끌어주는 일종의 동행이라는 것.

 

“예술은 경험을 보존하는 수단이다. 삶의 경험 중에는 아름답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것들이 무수히 많으므로 이를 담아둘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

유용한 쓰임이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예가 바로 그것이다.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공예가 분명 우리 삶을 더 충만하게 해주리라 기대하게 만든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