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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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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택시장의 키워드]
스마트 하우스

최근 일본에서는 스마트 하우스에 대한 여러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입주민의 일상과 에너지 절약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주거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절약과 자원보호의 개념에서 출발한 스마트 하우스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글·사진 최승철(프리랜서)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태초에 땅 위엔 길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그게 곧 길이 되었다.’ 중국의 사상가 루쉰의 말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 미래에도 길은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어가는 그 길들이 모이는 곳엔 항상 시장이 선다.

 

어떤 시대의 대표하는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것과 같다. 한 사람 두 사람 같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많은 이들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그곳에 시장이 선다.

 

주택시장에도 이런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트렌드는 상품을, 시장을 만든다. 지금 일본의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트렌드는 ‘스마트’이다.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타운 등등. 정부와 관련 업계가 그 한곳을 보며 나아가는 중이다.

비록 이제 시작 단계를 넘어선 정도이지만 여러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실험되고 있으며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장도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지진과 스마트 하우스

지난 해 10월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파나소닉은 미국 IBM과 제휴해 AI(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한 ‘인공지능주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AI가 집에 사는 사람들을 학습하고 조명과 공조 등 주거환경의 모든 것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완벽한 방범과 방재는 기본이다. 그동안 주로 산업용으로 활용되던 AI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상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파나소닉이 구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주택은 IBM의 AI 왓슨을 활용한다. 예를 들자면 방범 기능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주택의 방범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이 클라우드를 경유해 IBM의 서버에 보내지면 AI 시스템인 왓슨이 이를 해석히고 처리한다. 집주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익힌 AI가 다른 접근자들은 수상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경찰에 통보, 출동을 요청하는 것이다.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 등 공조관리에도 AI가 활용된다. 센서로 끌어모은 데이터를 사용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버릇까지 고려한 자동조절이 가능해진다. 주택용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확보하며 배관 누수 등 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AI가 자동으로 점검해 해결한다.

 

실내 어디서든 언제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외출할 때는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방범 기능으로 연결된다. SF영화에서 보았던 꿈의 주택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이 시스템을 갖춘 주택을 우선 올해 착공해 내년 완공 예정인 독일 베를린 남동부 스마트 타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일본 내에서도 올해부터 계열사인 파나홈을 통해 실험적인 AI주택을 건설 공급하기로 했다.

AI주택은 몇 년전부터 연구와 개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 하우스의 보다 진화한 형태이다. 일본 주택업계에선 이보다 진화한 주택들의 실험도 속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을 활용하는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하우스의 개발은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이 계기가 됐다. 이 전대미문의 재앙은 일본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많은 것이 변했고 변화를 위한 시도들도 이루어졌다. 그 시도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마트 하우스이다. 일본 정부와 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발전시켜 가고 있는 스마트 하우스란 뭘까. 이름에서도 감은 오지만 대강 이런 집이다.

 

유명 건설사가 지은 스마트 하우스에 입주한 다나카씨의 첫 날. 온도와 습도가 잘 조절된 침실에서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 커피메이커에서 갓 내린 신선한 커피와 토스터로 잘 구워낸 바삭한 식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여느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다나카씨의 이 아침 생활 패턴은 그대로 스마트 하우스 안의 모든 전자기기에 기억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다나카씨가 일어나면 샤워할 온수를 데우고, 커피메이커와 토스터기를 순차적으로 작동시킨다. 퇴근할 때가 되면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취침시간이 되면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맞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는 스마트 하우스에 설비된 장치들에서 직접 조달해 주택관리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가정 자동화보다 훨씬 ‘스마트’한 첨단주택인 것이다.

 

 

▲닛산이 제안하는 스마트 하우스 모델

 

스마트 하우스가 제안될 당시 첫번째 콘셉트는 에너지 절약과 자원 보호였다. 대지진 후 원전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난 일본이 제일 먼저 떠올렸던 생각들이 바로 스마트 하우스로 연결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일반적으로 ‘에너지 자급자족형 주택’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또 그렇게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스마트’한 미래형 주택이다.

 

스마트 하우스의 업계 표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의해 보자면, 스마트 하우스는 먼저 IT를 이용해 주택 이외의 사업자와 쌍방향으로 통신하면서 HEMS(가정에너지 운영시스템,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로 주택 안의 가전 등을 자동제어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축전지, 전기자동차 등도 연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높은 환경 성능과 쾌적한 주거 성능을 확립한 주택을 말한다. 스마트 하우스는 특히 스마트 타운으로 가는 중요한 한 과정으로서의 의미도 크다.

 

일본 정부는 스마트 하우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태양전지, 축전지 등 관련 설비 도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도를 크게 확대했고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 기업들도 스마트 하우스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주택건설업계는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스마트 하우스로 전환할 것을 계획 중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일본 주택의 표준은 스마트 하우스가 될 것이다.

 

세키스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 등 일본의 대표적인 주택건설업체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축전지 등을 에너지 공급원으로 하는 주택을 출시해 왔고 그 보급량을 늘려가고 있다. 스마트 하우스로 가는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 하우스의 정형화된 모델은 아직 확립된 상태가 아니다. 갈 길도 아직은 멀다. 스마트 하우스를 작동시키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HEMS와 설비 기기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연결해 집을 ‘스마트’하게 작동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여러 산업이 연관되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표준 제정에 나서고 있다. 그래야만 스마트 하우스의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1년 일본의 분야별 주요 대기업들이 손을 잡았다.

 

스마트 하우스는 가정 내 발전 및 축전 장치와 가전제품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홈 컨트롤러에서 제어하는 구조다. 네트워크는 전력선 통신기술을 사용해 가전제품을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된다. 가전제품의 전력 소모량을 지능적으로 판단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로 대체한다.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으로 만든다. 가정 내 축전지와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이 전기를 쌓아둔 후 야간이나 흐린 날에 쓴다. 가까운 미래에 가정 내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제로 에너지 주택’을 실현한다. 이를 위해 도시바를 시작으로 샤프, 미쓰비시자동차,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다이킨공업, 미쓰비시, NEC, KDDI, 도쿄전력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10개사가 손을 잡았다. 가전과 전기, 자동차, 태양광, 냉난방, 통신, 전력 등 절전 주택에 필요한 분야를 총망라했다.

 

 

▲스마트 하우스의 기본이 된 파나소닉의 에코 주택

 

 

빨라진 주택건설업계 발걸음

주택건설업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건축된 스마트 하우스라 불리는 주택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연간 약 1만 채의 단독주택을 판매하고 있는 세키스이하우스와 다이와하우스공업의 경우도 HEMS가 탑재된, 그래도 스마트 하우스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주택 공급량은 전체의 10%를 밑돈다.

 

이 수치 안에는 주택의 전력사용량 정도만 파악하는 수준의 아주 초보적인 스마트 하우스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매년 새로운 상품과 아이디어들을 개발해 선보이면서 스마트 하우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다이와하우스는 2012년부터 도심을 중심으로 3층 단독주택 ‘xevo 03’이란 상품을 내놨는데 그해 1월 도쿄도 분쿄구에 공개했던 모델하우스가 큰 관심을 끌었다. 1층 계단 아랫부분이 리튬이온 축전지를 수납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었던 것이다. 면적이 70㎡에 불과한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표준 장착했던 것이다.

 

이 주택은 스마트 하우스를 실현하는데는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종전의 통념을 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은 주택도 얼마든지 스마트 하우스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아사히가세이홈은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실험장에서 베란다, 벽 등에 세로 형태로 패널을 붙이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실험해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지금까지 태양광 패널은 옥상의 경사면에 부착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세로로 설치해 여러 방향에서 빛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와 함께 거울의 반사를 이용, 태양광을 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방에 전달하는 실험도 진행중이다.

 

2014년 자동차 기업 혼다는 전자회사 도시바와 공동으로 실험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하우스를 일반에 공개했다. 혼다는 2011년 사이타마시와 협정을 체결하고 가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 ‘혼다 스마트 홈 시스템 (HSHS)’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 사이타마시에 실험 하우스 2동을 건설했다.

 

그 중 한 동은 혼다 임직원의 가족이 거주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5년 현재 연간 탄소 배출량을 절반 가량 줄였다. 당초 목표를 넉넉하게 달성한 것이다. 혼다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지만 이를 2020년까지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2014년에 공개된 새 실험 하우스는 기존 2동과 같은 부지 안에 건설돼 그때까지 실시하지 않았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 하우스라고는 해도 실제 입주해서 살 수 있는 주택이다. 태양광이나 가정용 가스 엔진, 열병합 발전 장치 등에 의한 발전과 축전, 가스 엔진의 폐열을 이용한 온수 만들기 등이 모두 가능하다.

 

현재 전기차의 전력을 끌어다 가정용 전원으로 이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가정에 전기가 부족한 상태가 발생할 경우 전기차의 전력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험 하우스 1층에 전기차 피트가 있어 주택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차량을 충전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전기차의 배터리를 사용해서 주택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비접촉 충전도 가능하다. 자동차 포트에 주차하는 것만으로 주차장 바닥에 설치된 급전 코일에서 피트 EV를 충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혼다는 독자적인 제어 모듈 ‘Smart e Mix Manager (SeMM)’로 이같은 기능을 제어하고 도시바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가전제품(또는 기존의 가전제품)과 스마트 플러그를 결합한 형태의 HEMS도 구축하고 있다.

 

 

▲후지사와 SST

 

 

스마트 타운으로 가는 의미 있는 과정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스마트 하우스 시장 규모는 2011년 1조 2443억 엔에서 2020년엔 3조 4755억 엔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 하우스의 핵심기술인 HEMS 및 축전지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HEMS 시장은 2011년 20억 엔에서 2020년 260억 엔으로, 가정용 축전지 시장은 2011년 57억 엔에서 2020년 450억 엔으로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더불어 스마트 하우스와 관련된 주요 설비기기 부문 역시 앞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에서도 스마트 하우스의 미래를 밝게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기업들 사이의 연구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어 스마트 하우스 공급의 기반은 이미 마련된 셈”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을 감안하면 2020년부터는 본격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 하우스는 궁극적으로 스마트 타운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스마트 타운은 스마트 하우스로 이루어져야 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첫 AI주택이 독일의 스마트 타운에 제일 먼저 공급되는 것은 실험적인 의미도 매우 크다.

 

파나소닉은 일본에서도 스마트 타운 건설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도쿄 인근의 후지사와시에 ‘지속 가능 스마트 타운’(Fujisawa Sustainable Smart Town, 후지사와 SST) 개발의 선봉에 선 데 이어 요코하마에도 새로운 스마트 타운을 조성중이다. 이미 일본의 여러 지역에 조성됐거나 건설중인 스마트 타운들은 미래 주택과 미래 도시를 향해 가는 실험장이다.

 

스마트 하우스는 일본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이미 관련 사업들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가 제품과 주택을 연동시킬 수 있는 프랫폼 아틱을 일반에 공개했고 관련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어쩌면 아파트 위주의 주택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스마트 하우스의 대량 공급에는 보다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함께 가다 보면 길이 되고 그 길의 어디쯤에서 시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앞서서 트렌드를 만들어가거나 쫓아갈 필요는 없다. 중소기업이라면 조금 관망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다만, 너무 늦게 따라간다면 시장에 닿았을 때 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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