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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근중]
NATURAL BEING : ‘그대로의 존재’를 그리다

작가 김근중(가천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은 벽화가 지닌 느낌을 캔버스에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90년대 이름을 알려왔다. 그의 작가정신은 한국미의 원형을 찾아 현대화하고, 내면 깊은 곳의 의식을 드러내는 작업에 집중됐다. 그러던 그가 2005년부터 돌연 꽃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꽃 중에서도 화려함을 자랑하는 모란이었다. 관객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지금 새로운 경계 너머 작업을 꿈꾸고 있다. 그 경계는 이성과 감성의 경계이자, 고통과 행복의 경계이자, 구속과 자유의 경계다. 경계를 넘어 그대로의 자연적 존재, ‘NATURAL BEING’을 그리는 것이 작가가 진정 도달하고 싶은 예술의 경지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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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 11-7 130x97cm.Acrylic on Canvas 2011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 9-18 162x259cm Acrylic on Canvas 2009


작가 김근중(가천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의 모란꽃 그림은 한껏 부푼 욕망처럼 화려하고 담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을 맛본 자의 여유처럼 숭고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가 모란꽃을 그린 것은 2005년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고분벽화나 동굴벽화의 암각화가 지닌 느낌을 흙, 석고 등을 이용해 캔버스에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찾아간 어느 전시장에서 12폭 모란병풍을 보고나서 부터 꽃을 직접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지요. 그런데 꽃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너무 많잖아요. 또, 꽃을 통해 메시지를 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란을 그리고야 말았지요. 어느 날은 금기색으로 여기는 핑크색으로 잎사귀를 칠해 보았죠. 그랬더니 마음이 정말 시원한 겁니다. 금기를 깨면서 느끼는 희열이죠.” 작가는 모란 그림에 몰입해 2005년 그해에 20여점을 내거는 개인전을 열었다. 모두 100호가 넘는 수백호의 대작들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꽃의 사실적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석이 깃들었다는 평가를 얻으며, 미술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그 후 벽화에서 모란으로의 갑작스러운 작업 이동은 평소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실존을 탐구하는 작가 정신의 맥은 면면히 이어졌다.

 

▲ Natural Being(原本自然圖) 180x240cm 석고,안료, 볏짚 1992

 

Natural Being(原本自然圖) 160x130cm 석고, 동판, 안료 1993


“벽화를 그리면서 추구한 것은 자연적 존재, NETURAL BEING입니다. 네추럴비잉이란 삶의 고통과 나아가 행복까지도 알고 있는 실존적 정신을 뜻합니다. 그런 정신은 대자유의 세계를 가져다주지요. 그것이 바로 예술이 추구하는 세계가 아니겠습니까. 모란을 그리는 것도 모란을 그리고자함이 아닙니다. 다만 우연히 만난 모란이라는 대상을 통해 억압된 내면의 경계를 풀고 피어나와 모란꽃처럼 승화하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아직 거기까지 나아가진 못했습니다.”

 

그는 이성과 야성의 두 가지를 분별없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중용을 터득한 사람, 이 사람이 바로 위대한 작가라고 믿고 있다. 본인이 작품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내추럴비잉, 즉 존재도 바로 이것을 성취한 존재를 말한다. 이렇게 높은 경지를 설정해 놓은 작가에게 자신의 작업이 온전히 만족스럽기가 쉽지 않을 터다.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면의 것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대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드러낸 사람들이 현대미술의 대가가 된 것이지요. 저 정도면 괜찮다는 소리를 듣는 작가를 뛰어넘어 진짜 좋은 작품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사실 두렵습니다.”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 10-13 162x259cm Acrylic on Canvas 2010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

11-15 160x80cm Acrylic on Canvas 2011


그는 솔직했다. 작가가 느끼는 두려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우리의 삶은 사회적 인정, 명예, 돈, 물질,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본질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많은 욕망과 욕구를 감추며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지 하면서 줄기차게 그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차 싶더군요. 사람이 그리 되지 않으면 작품도 그리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온갖 명상과 마음공부를 다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리되지 못했죠. 한 순간 생각을 돌리는 것이 정녕 힘든 것이더군요.”

 

▲ 경기도 양평군 청계리 마을에 자리한 김근중 작가의 스튜디오. 커다란 캔버스에 시원스러운 구도를 펼쳐내는 대작들을 주로 해 온 그답게 작업실 규모도 큼직하다.

 

 Natural Being(꽃세상, 原本自然圖) 11-15 160x80cm Acrylic on Canvas 2011


2012년 끝자락에서 만난 화가 김근중은 여전히 마음공부 중이었고,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라’는 과제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2013년 작가의 작업 행보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그의 가능성이 어디로 튈지 그 자신조차도 알 수 없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일보하면 죽을 것만 같은 공포심이 이는 순간 한발을 내딛는 것을 뜻하죠. 지금의 경계를 넘어 경계 밖으로 나아갈 때 두려운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새해에 하려는 것이 바로 이 진일보입니다.”

 


▲  20년 넘는 작가생활을 한결같은 성실함과 자기탐구로 일궈온 김근중 작가. 새해엔 또 다른 경계 뛰어 넘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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