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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상열의 ‘시크릿 가든’]
나만의 비밀 정원을 찾아서

우리는 마음속에 비밀의 정원을 감춰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에 대한 교감과 공존은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DNA이므로. 작가 김상열의 ‘시크릿 가든’은 안개 자욱한 모노톤의 풀숲이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비앙갤러리 010-3884-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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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분위기와 디지털 감성이 조화로운 정원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정원입니다. 비밀의 정원이죠.”

김상열 작가의 ‘비밀의 정원’ 연작은 안개 속에 놓여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면 가득 신비롭고 미묘한 분위기에 마음이 누그러든다. 이내 몸마저 안개에 감싸인 듯 푸근해진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렴풋한 기억의 저편으로 몰입이 시작된다.

 

처음 그림을 보는 이라면 조금은 긴장할 수 있다. 동양화인가? 사진인가? 의문부호가 찍히기 때문이다. 흐릿하게 뭉개진 화면은 수묵화인가 싶다가도, 디지털 효과를 낸 사진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온다. 결론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표현한 회화다.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162×162cm 2015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163×112cm 2014

 

이런 호기심은 작가의 역발상에서 비롯된다. 보통 우리가 보는 그림들은 새하얀 캔버스에 색을 쌓아가면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의 작업은 반대다. 온통 검은 칠을 한 캔버스 표면을 섬세하게 지어나가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 마지막에 표면을 처리하는 샌딩 작업이 들어가고, 단색으로 이뤄진 화면의 건조함을 덜어내기 위해 펄로 마무리한다. 희뿌옇게 뭉개지는 안개의 효과와 매끈한 사진의 효과를 공존하게 하는 비법이 거기에 숨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동양적이면서도 디지털적 감성이 묻어나는 김상열 작가만의 비밀의 정원이 정착하게 된다. 작가는 이 연작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전시 러브콜과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받게 되었다.

 

 

자신 안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자연의 존재와 마주하고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소 편안하게 창작에 몰입하고 있다는 김상열 작가. 경북 청도의 안개 많은 시골마을에 자리한 김전작가촌에서 작업하고 있다.

 

 

‘스스로 그렇게 되는’ 자연과 닮은 작업이 시작되다

작가가 연작을 시작하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비밀의 정원’은 영국 출신 미국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9년 출판한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이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 메리가 황무지에 둘러싸인 거대한 정원에서 어떻게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되찾아 가는지를 그려낸 감성 동화다.

 

“2008년 무렵으로 기억됩니다. 어느 날 아이에게 비밀의 정원이라는 동화책을 읽어주었어요. 책 속 주인공이 정원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이 오버랩 되더군요. 어른이 되면서 가슴 깊이 침몰한 정원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겁니다.”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227×162cm 2014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ø122cm 2015

 

김 작가의 고향은 경주. 그곳에서, 자연과 친숙한 성장기를 보냈다. 자녀에게 동화책 한권을 읽어주는 사이, 자신에게 있어 자연은 삶을 꿰뚫는 거대한 주제였음을 깨닫게 된다.

“제삿날 큰집에 가면 문풍지 뒤로 어른거리던 달빛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집 앞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는데 물안개가 많았죠. 그렇게 자연과 교감하며 쌓인 정서가 작품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던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2008년 당시의 그는, 경북 청도의 한 폐교에 작업실을 꾸리고 있었다. 그 주변도 물안개가 자욱한 숲이어서, 그에게 친숙하기 그지없는 환경이다. 여전히 그는 대구 시내에 위치한 집에서 청도의 작업실까지 2시간을 왕복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청도로 향하는 국도변에서 느끼는 자연의 정취가 매일의 그를 순수한 감성으로 돌려놓기에 만족스럽다.

 

 

Secret garden acrylic on canvas 163×112cm 2014

 

“비밀의 정원을 읽은 이후로, 무언가 작품을 만들어내야겠다는 강박은 사라지고, 편하게 작업하게 됐어요. 지금은 정말 자연스러운 표현, 기교 부리지 않는 기교, 그것을 찾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자연(自然)이라는 말,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남과 같은 방식의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는 김상열 작가다. 그만큼 치열하게 자신의 창작 세계와 마주했다는 의미이기도할테다. 이제 비로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자연스러운 경지를 깨달은 그이기에, 앞으로의 창작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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