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인사이드뷰 > 인사이드뷰
[100세 시대를 준비하자⑨]
은퇴 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

여자가 늙어서 필요한 다섯 가지는 돈, 건강, 딸, 친구, 찜질방이고 남자가 늙어서 필요한 다섯 가지는 아내, 집사람, 마누라, 애들 엄마, 처(妻)라는 말이 있다. 현역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친목모임에 나갔던 남편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아내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던 남편을 은퇴 후에는 하루 24시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일종의 고문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은퇴 후 아내에게만 의지하려는 남편을 유쾌하게 길들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D.I.Y(Do It Yourself) 식사 환경을 조성하라

은퇴한 남편은 집에서 먹는 식사 횟수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다.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깍듯이 ‘영식님’이요, 한 끼만 챙겨 먹으면 ‘일식씨’, 두 끼 챙겨 먹으면 ‘이식군’,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삼식이’로 통한다. 여기에 혹여 간식이라도 한끼를 보태면 ‘사식놈’이라 불리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남편 입장에서는 ‘어차피 아내도 밥을 먹어야 할 텐데 준비하는 김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회사에 출근한 뒤 아내가 혼자 먹는 점심은 상상 이상으로 간소하다. 전날 먹다 남은 밥으로 만든 비빔밥부터 컵라면, 냉동식품 등 대부분의 아내들은 점심 식사 때 불이나 칼은 물론, 심지어 접시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점심시간도 유동적이어서 그날의 일정이나 기분에 따라 일찍 먹기도 혹은 오후 2~3시가 지나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이 은퇴한 뒤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되면 더 이상 점심을 대충 때울 수 없게 된다. 현역시절 규칙적으로 점심을 먹었던 습관 때문인지 은퇴 후에도 정오만 되면 어김없이 점심을 먹으려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뭔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편의 은퇴는 아내에게 ‘점심 준비’라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요즘 유행하는 DIY(Do It Yourself)에 있다. DIY가구, 즉 스스로 조립하여 만드는 가구처럼 남편이 DIY점심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당신은 건강하고, 이제 시간도 많아요. 오늘까지는 내가 점심을 만들었지만, 내일부터는 점심 정도는 당신 스스로 만들어 먹고 사용한 그릇은 씻어 놓으세요. 혹시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르쳐 줄게요”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만약 이 말을 들은 남편이 “귀찮아! 아무거나 먹을 테니 당신이 준비해줘”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처하자. “간단한 요리도 하나 못 만들면 나중에 곤란해지는 건 당신이에요. 만약 내가 당신보다 먼저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에요? 매일 밖에서 사 먹는 것도 한계가 있을걸요? 결국 점심 준비하면서 요리에 익숙해지는 것은 당신 자신을 위한 일이에요.”라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함께 요리의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때마침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앞 다퉈 ‘요리하는 남자’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요리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은퇴 남편이 스스로 식사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절호의 찬스라고 하겠다.

 

 

 

남편의 지역 데뷔를 지원하라

일본에는 ‘공원 데뷔’라는 말이 있다. 새롭게 엄마 대열에 합류한 젊은 여성들이 어린 자녀를 공원에 데리고 나와 모녀(혹은 모자)가 함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아내는 고향 친구나 동창이 아니어도 근처에 사는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반면, 직장에서 퇴직한 남편들은 오래 전부터 옆집에 사는 이웃이라 하더라도 생소할 따름이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서 밤늦게나 돌아오기 때문에 이웃과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 근처에 어떤 공공시설이나 상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은퇴한 남편이 하루 종일 거실의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남편이 ‘지역 데뷔’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지역 데뷔란 말하자면 공원 데뷔의 지역판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지역 밀착형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동네 구석구석을 함께 산책하며 중요 시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산책 중에 마주친 동네 친구에게 남편을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더욱 좋다. 그리고는 남편이 조금씩 지역 사회에 익숙해져 외출을 꺼리지 않을 때쯤부터는 혼자서 산책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혼자 외출하지 않는 한 남편이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 받을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면 그 다음 단계는 문화교실 같은 지역모임 참여를 독려하자. 동사무소의 주민센터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교실에서는 매일 다양한 강좌와 클럽활동 등이 열리고 있다. 이 시설들은 집 근처에 있어서 이용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무료나 저렴한 수업료만 지불하는 것으로도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지역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동네에서 인사하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점이다.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생기면, 만약 배우자가 세상을 먼저 떠나더라도 덜 외롭게 생활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멀리 사는 친한 친구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동네 친구가 훨씬 든든한 존재이기 마련이다.

 

또한 남편이 취미 활동 등으로 성공적으로 지역 데뷔를 하고 나면, 외출이 잦아지는 만큼 아내한테는 자유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아내들이 남편에게 바라는 최고의 바람은 때때로 남편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외출해 주는 것이다. 즉, 원만한 가정을 위해서도 은퇴 남편의 지역데뷔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일거리에서 해답을 찾아라

은퇴 후 하루하루가 주말인 남편. 이런 밉상이 또 있을까 싶지만, 앞서 언급한 가사참여와 지역활동만 실천할 수 있어도 은퇴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에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가사라고 해봤자 점심 식사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정도여서 한두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데다, 지역활동 역시 일주일에 2~3회 정도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은퇴 후의 일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남편 중에는 좋게 말하면 ‘여유롭게’, 나쁘게 말하면 ‘아깝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현역시절과 달리 급하게 처리할 일은 물론 긴장감을 느낄 일도, 책임감을 가질 일도 없어지기 때문에 얼굴에 생기가 없어지고 동작도 예전에 비해 엄청 느릿느릿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지역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면 일종의 소속감은 느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로 즐기는 활동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질 일은 없다.

 

그렇다면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책임이 동반되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일’에 그 해답이 있다. 노력의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이 긴장감과 책임감을 느끼는데 제격이다. 은퇴 후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없으면서 일주일에 2,3회 정도 일할 수 있는 소일거리가 적당한데, 조금만 찾아보아도 ‘실버 인재’를 원하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하루에 몇 시간’ 혹은 ‘아침 저녁으로만’, ‘휴일에만’하는 식으로 심신에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일하고 수입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후에 일거리를 찾는 주목적은 일을 통해 ‘책임감’ ‘적절한 긴장감’ ‘삶의 보람’등을 느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소일거리를 찾아 적게나마 수입이 생긴다면, 가족의 생일에 케이크나 선물을 할 수 있고, 이처럼 가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아버지의 주가는 자연스레 상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처럼 은퇴 남편의 소일거리는 가족의 사랑을 얻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나아가 아내의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박용식

일본 요코하마국립대를 졸업하고 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에서 재직 중이다. 노인대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고령사회 관련 문헌을 조사 및 분석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노후설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를 통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데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10가지 방안을 명쾌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