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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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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마을에 내려앉은 하얀 풍경]
완주 누마루 ㅡ자집

전주시 외곽에서 5km 남짓 떨어진 완주군 덕천리에 가면 들꽃마을이라는 도심근교형 전원주택단지가 있다.

주변 경관도 수려하거니와 주민들 스스로 마당을 가꾸며 들꽃축제를 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마을 중턱에 살포시 내려앉은 ㅡ자집을 찾아간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리슈건축 02-790-6404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도시 맞벌이 부부, 들꽃마을 식구가 되다

“여기는 들꽃마을이랍니다. 서울, 전주 등지에서 모여든 14가구가 사는데 마을 이름을 직접 그렇게 지었어요. 매달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반상회도 열고 가을이면 들꽃축제도 하고요. 살기 좋은 동네를 잘도 찾았죠.”

 

정정숙(50)씨가 사는 들꽃마을 전원단지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멀지 않았다. 전주 시내를 빠져나와 국도를 잠시 달리니 금세 마을이 나타났다. 부부의 일터가 전주 시내인지라 넉넉잡고 30분이면 출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각산 자락에 자리한 마을은 아늑하면서도 사방으로 산이 펼쳐져 있어 시원스러운 전망을 선사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집집마다 심겨진 들꽃이 길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남편 박영렬(54)씨와 함께 일찍부터 전원생활을 꿈꿔왔다는 그녀는 지난해 계획을 앞당겨 실천했다. 친정엄마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세가 그녀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이왕 집 짓는 거 하루라도 빨리 지어서 양가 부모님들 살아생전에 전원주택에 모시고 싶었어요. 벌써 몇 차례 이 집에서 쉬었다 가시곤 했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보람이 있네요.”

 

 

▲가로로 길게 늘어뜨린 집. 실내 곳곳에서 마을 풍경을 시원하게 전망할 수 있도록 한 선택이다. 다채로운 창과 테라스가 만들어 내는 입면 표정이 재미있다.

 

 

향보다 전망을 선택한 북향집

들꽃마을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정씨의 모던한 ㅡ자집에 의문을 품는다. 마을 입구에서 보면 군더더기 없이 새 하얀 이층집이 경사지 중턱 즈음에 길게 누워있다. 전주 근방에선 아직 이런 집을 보기 드물어 생소해한다는 게 주인장의 얘기다. 들꽃마을 주택단지 안에도 박공지붕을 얹은 오밀조밀한 구조의 주택이 대다수다.

 

“건축가가 이 터에 와 보더니 깜짝 놀라는 거예요. 사방의 풍경이 모두 좋다고요. 그래서 실내 어디서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기다란 형태의 집을 짓기로 한 거죠.”

 

다만 정씨는 10년 후 20년 후 백발이 되어 살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신과 어울리는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건축가는 단정한 스타코와 징크 지붕을 선택해 모던하게 인상을 마무리하면서 하단부에는 벽돌을 붙여 따스함과 안정감을 더해 주었다.

 

 

 

▲남향으로 향한 집의 뒷모습. 주변 산세에 순응하는 경사진 지붕을 하고 있다. 경사진 지붕은 거실과 2층 안방, 자녀방, 복도에서 다양한 볼륨을 만들게 된다.

 

 

ㅡ자집이 들꽃마을의 여느 집과 또 다른 점은 향이다. 들꽃마을은 남쪽으로 경각산 봉우리를 가깝게 마주보고 북쪽으로 내리막이 형성된 경사지에 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집들이 남쪽인 뒷산을 바라보고 앉았는데 비해, ㅡ자집은 과감하게 전망이 확 트인 북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집의 정면을 어디로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향보다 전망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집안에서 얇은 스웨터를 걸치고 겨울을 나는 대가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지금도 휴양지에 가는 기분으로 퇴근하고 있답니다.”

 

 

 남쪽의 텃밭마당. 부엌과 연계된 중정마당을 통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풍경과, 마당과 소통하는 누마루집

결국 ㅡ자집의 남다른 선택은 북쪽의 풍경과 남쪽의 채광을 동시에 누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왔다.

집안 어느 곳에서나 사방의 자연과 마을을 전망할 수 있는데 그중 병풍처럼 펼쳐진 운학산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실이 백미다.

 

거실을 대지에서 과감하게 들어 올려 복층 높이로 개방하고 커튼월을 설치한 덕분이다. 또 거실에는 마치 누마루 같은 넓은 테라스가 붙어 있어 전망대 같은 역할도 한다. 누마루 밑은 깊이 파내어 여름철에 유용하게 쓸법한 그늘 마당을 만들어 두었다.

 

 

땅에서 높이 들어올린 거실. 천장까지 오픈하고 커튼월을 설치해 황홀한 자연의 풍경을 욕심껏 품었다.

 

마을길에서 바라본 돌출된 거실과 누마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변 풍경을 흡수하면서 마을과 소통하는 역할도 한다.

 

1 누마루를 관통해 현관까지 시선이 가 닿는다. 2 북쪽에 위치한 누마루에 가벽을 세워 빛과 바람을 조절하고 있다. 3 2층 아들방에서 바라본 가벽과 누마루의 풍경이 아름답다.

 

 


거실은 물론 1층 안쪽에 자리한 주방과 식당에서 내다보는 풍경도 시원스럽다. 잔디마당을 넘어 목가적인 농촌 전경이 펼쳐지며 여유로움을 전한다. 2층 부부공간에 마련한 외부테라스는 물론이고 두 아들의 방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창들이 목격된다.

 

누마루 ㅡ자집은 남쪽의 채광도 놓치지 않았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데크로 짠 마당을 두어 항상 햇빛이 들어설 수 있게 해 놓았다. 데크마당에서는 젖은 빨래들이 여유롭게 말라가고 있다.

 

 

                          ▲주방 앞에 자리잡은 계단실로 안마당의 풍경이 성큼 들어선다.

 

남향으로 만든 중정마당과 연계된 주방에는 종일 햇살이 든다.

 

 

마당살이가 주는 긍정의 힘

겉보기에 단순한 ㅡ자집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다채로운 기능의 마당들이다. 집과 마을길 사이에는 거실과 연계된 사랑마당이 자리하고, 진입로를 지나면 집 정면에 펼쳐진 안마당이 기다린다.


부엌에서 드나들 수 있는 중정마당도 남향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다용도실과 연계된 뒷마당과 중정마당 사이에는 텃밭마당도 있다. 2층 부부공간에서 드나들 수 있는 작은 테라스는 남편이 사용하는 전용마당이다.

 

거실과 연계된 사랑마당은 길 쪽에서 진입하거나 길을 오가는 이웃들도 같이 누리고 있다. 사랑마당과 마을길이 만나는 대지 경계선에다 담장을 세우는 대신 흙을 쌓은 언덕을 두고 식물을 식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건물 정면을 따라 길게 펼쳐진 형태로 자리한 안마당은 건물의 모든 실에서 접근할 수 있고 조망할 수 있다. 중정형의 부엌마당은 집안으로 자연채광을 십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면서 야외식당이나 전원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사활동 공간으로 활용된다. 안주인의 일상도 다채로운 마당만큼이나 분주해졌다. 

 

 

현관에서 바라본 누마루. 바닥을 파내고 들어 올린 거실 밑 부분은 사랑마당과 연계해서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1층 아들방과 잔디마당 사이에 너른 데크를 깔아 생활공간으로 사용한다. 2층에 돌출된 나무 테라스가 1층 데크의 처마가 되어준다.

 

 

“집을 닮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이 집에 살면서 가장 큰 변화는 긍정적 에너지가 생겼다는 거예요. 식구들이 모두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진 느낌이고요.”

 

ㅡ자집 가족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9월에 열리는 들꽃축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과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통기타 가수도 부르고 뷔페와 캠프파이어도 준비해 지인들을 초대할 작정이다.

 

“봄이 되면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더군요. 가을 단풍도 너무 아름다고요. 우리 마을의 사계절 풍경을 찍어서 마을축제 때 상영해 준다고 하니 꼭 한번 놀러오세요.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깝답니다.”

 

 

1 2층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안쪽에는 부부의 전용공간이, 길 쪽에는 작은 아들의 방이 자리한다. 2 2층 안방 앞에는 부부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실이 있다. 테라스로 나서면 북쪽으로 펼쳐진 시원스런 전경을 볼 수 있다.

 

 

 

■PLAN

위치 전북 완주군 구이면 덕천리 1357-4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77㎡

건축면적 132.07㎡

건폐율 15.06% (법정 40%이하)

연면적 167.75㎡

용적율 19.13% (법정 100%이하)

건축규모 2층

주차대수 2대

대표건축가 (주)리슈건축사사무소 홍만식 소장

설계팀 성태원 소장, 강승혁 실장

협력업체 코담기술단, 광림구조

시공 바른건축 이우건설

 

홍만식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원도시건축과 구간건축, 에이텍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2006년 디자인과 디벨럽(Design&Develop)이 합쳐진 (주)리슈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교수로도 역임 중이다. 2013년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 최우수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청라커낼큐브(근린생활시설), 순천제일대학교 학생생활관, 망원동 모퉁이집(상가주택), 가평아침고요마을(전원주택단지), 용인/거제 네모정자집 외 다수가 있다. 블로그 리슈건축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02-790-6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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