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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이야기]
도시내에 도시와 문화시설 갖춘 중밀도 주거 건설

도시 한가운데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도시는 더 뜻이 있을 수 있다. 사대문안 서울도 궁궐과 육조거리 등이 있었으나 원래는 다 주택이었다. 파리 하면 상젤리제나 오페라 거리를 생각하지만 80%가 그런 5층짜리의 도심형 공동주거로 가득 차 있다.

하루에 3·4시간을 소비하는 창조적 도시산업은 없다. 수도권 신도시에 이미 들어 선 판상 고층주거를 바꿔야 한다.

기왕에 있는 1, 2층을 바꿔서 도시형 기능을 대거 집어 넣어야 한다.

글·사진 김석철(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석좌교수·명예건축대학장,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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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바비칸센터지구 배치도

 

역사적으로세계를 지배했던 도시들, 로마, 런던, 베를린, 파리 등도 그 도시의 중심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도심형 집합주택이었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 사대문안 서울은 정상적인 주거가 없다. 최근에 오피스텔이나 좀 생겼을 뿐이지 주거는 주거단지 형식으로 외곽에 다 있다. 사람들이 도시 안에 살고 도시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대중교통과 도시 교통 속에 삶의 상당 시간을 버려가며 살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도시는 더 뜻이 있을 수 있다. 사대문안 서울도 궁궐과 육조거리 등이 있었으나 원래는 다 주택이었다. 사람들이 도시 안에서 걸어서 움직여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 기업 도시인 맨하탄조차도 70%가 도심형 주거다.

 


1 프랑스 라데팡스 주거단지

2 프랑스 라데팡스 원형타워 입구

 

 

5층짜리 도심형 공동주택이 들어선 파리

우리 도시의 중심에는 상업시설만 가득 있고 모두가 바깥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하는 불합리함이 어느 틈에 스며들어있다. 또 도심형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고밀도 고층의 주거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중소규모의 도심형 주택으로 도시조직을 가득 채운 것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내는 기본 공간 단위이다. 로마, 파리가 그러했다.

 

파리에 가면 지금도 오스만 남작이 강제화했던 5층 이하의 건물들이 파리 전역에 있다. 파리하면 상젤리제나 오페라 거리를 생각하지만 80%가 그런 5층짜리의 도심형 공동주거로 가득 차 있다. 파리의 전경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어느 틈에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삶은 다 바깥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판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극심한 주거 부족 상태였고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다 보니까 대규모의 주거 공급이 필요했고 또 외곽에서 토지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포화에서부터 시작한 한강변에서 바깥으로, 강남으로, 신도시로, 외곽으로 뿔뿔이 나가서 기본적인 삶의 거처가 양분되었다. 직장과 도시의 이원화가 이루어진 것인데 이것을 회복하는 길은 중소규모 형식의 도심형 주거를 대거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도 사대문안 서울조차, 강남조차 항공에서 내려다 보면 저밀도로 된 부분이 가득 있다. 한 어반블럭에서 외곽에만 고층화되어 있을 뿐 중간에는 거의 준슬럼화 되어 있다. 인사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대문안에서조차 종로3가, 4가, 5가, 퇴계로 일대를 보면 2~3층 건물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 대부분을 7층에서 10층 사이의 도심형 주거로 바꾸어 나가고 현재 가지고 있는 도시기능은 저층부나 지하에 있게 하면 된다.

 

이것은 몇 개의 군소 토지를 병합하면 되는 것이다. 우선 제일 이상적인 형태는 유럽의 도시들인데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피렌체가 그러하고 베니스가 그렇다. 베니스를 보면 14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섬 하나하나에 캄포라는 광장이 있고 대개 4층 정도의 도심형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니스가 압구정동보다 더 고밀도화 되어 있다. 어떤 인구를 채우기 위해서 고밀화, 고층으로 갔다는 것은 주택이, 삶의 주거 형식이 도시 주인으로부터가 아닌 주택업자들과 건설업자들이 공급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주택법으로 이름만 바뀐 반도시적인 주택건설촉진법을 없애야 한다. 주택의 대량공급을 위해 1977년에 만들어진 법이 아직도 모든 것을 규제하고 있다. 아직도 판상 12층 이상의 아파트가 주거의 모델이 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중고층 판상 집합주거라고 부른다. 판자같은 집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1만5000명이 살았다.

 

 


1, 2 알도로시가 설계한 베를린 블럭의 내외부 3 보쥬광장을 둘러싼 건축물은 1층을 공공 공간으로 상층부는 개인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도심에 50세대 미만의 중밀도 집합주택 건설해야

도심형 주택을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고밀도 타워형 초고층 아파트군이 있다. 그리고 중저층 집합주택군이 있고, 마지막으로 교외에 대규모 중고층 판상 집합주거들이 있다.

 

그 중에 첫 번째 고밀도 타워형 초고층 아파트군의 모델로는 트럼프 타워와 뮤지엄타워가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도시 한복판에서 가져야 하는 도시 문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뮤지엄타워 밑에는 모마(MoMA)가 있고 트럼프타워 아래에는 유명한 트럼프 백화점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 도시시설, 문화시설을 함께하는 초고층 도심형 타워가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10층 미만의 중밀도의 중저층 집합주택으로 50세대 전후가 되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해야 한다. 1층과 지하에는 도시시설이 들어가고 옥상부에는 문화시설이 들어가야 한다. 대개 200~300평을 가지고 있는 기존도시의 대지 소유형태로 봐서 이 몇 개를 합하면 되는 것이다. 정작 토지는 사방팔방 널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판상 대규모 집합 주택이나 용산개발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주택건설촉진법을 폐기하고 오늘의 도시형식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뉴타운은 실패한 사례이다. 주택건설촉진법에 의거, 교외에 짓던 고밀도 주거군을 도시 내부로 끌어온 것이다.

 

하지만 도시내부는 땅값이 높으므로 고밀도로 갈 수밖에 없고, 이것은 끊임없는 부동산 상승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것이 안되니까 분양이 안되고 부도가 나는 것이다. 몇 개의 부지를 합해, 200~300평에서도 가능한 중간 밀도의 중저층 아파트 형식을 창출해 내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주택건설촉진법은 신도시 주거단지에나 적용하고 도시내부에는 그것을 없애면 사람들이 도심 내부에서 살게 된다.

 

맨하탄에는 사람들이 다 걸어 다닌다. 50년을 넘게 산 사람도 운전할 줄 모른다. 이것이 정상이다. 그것이 유럽의 도시이며 피렌체의 메디치가가 거대한 아파트 군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교외의 대규모 중고층의 판상 집합주거들은 서서히 공동화 되고있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계속되는 부동산 붐에 힘입어 값이 상승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잠만 자고 도심으로 출근하는 형식의 주거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마을이고 공동체인 형태를 좀더 원한다. 하루에 출퇴근으로 3시간, 4시간 걸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주거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1층 부분을 바꾸고 그만큼을 옥상에 새롭게 짓게 만들고 1, 2층을 도시형 산업지구로, 공공시설, 어린이시설 등의 복지, 창조적 도시산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루에 3?4시간을 소비하는 창조적 도시산업은 없다. 자다가 일어나서 일하러 가고, 일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일하기 위해 수도권 신도시에 이미 들어선 판상 고층주거를 바꿔야 한다. 기왕에 있는 1, 2층을 바꿔서 도시형 기능을 대거 집어넣어야 한다.

 

이번 호는 도심 집합주거의 모델이 될 만한 사례를 소개하고 다음 호부터는 창조적 대안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 깊은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할 건축도시 프로젝트를 보이고 싶다. 이번 달은 맨하탄, 파리 신도시, 베를린 신도시, 르네상스 이후의 파리 도시주거 등의 고전적 사례를 예시하고 다음 호부터 ‘도심형 집합주거’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보이고자 한다.

 


▲ 뉴욕의 뮤지엄 타워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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