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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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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교수의 도시건축 이야기]
한국형 어반 하우징

주거가 이루어지는 제1공간과 경제활동 및 문화·종교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제2·3공간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도시형태이다. 도시 중심에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땅을 가진 사람과 도심에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집합하면 도시 주거와 도시 공간을 다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어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글·사진 김석철(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석좌교수·명예건축대학장,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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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룩클린의 브라운스톤

 

 

제1공간과 제2, 제3의 공간이 융합된 도시

도시공간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제1의 공간은 하루의 반 가까이를 머무르는 주거공간이다. 집에서 자고 깨어나 제2, 제3의 공간으로 간다. 제2공간은 주중의 공간으로 어른과 아이의 경우가 다르며, 제3의 공간은 삶의 질을 높이는 특별한 공간이다.

 

제1의 공간인 집은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잠을 자는 등 기본적인 주거의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삶을 영위하고 재생산의 기회를 가진다.

 

제2의 공간은 일상적으로 집을 떠나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삶을 영위하게 된다. 주로 산업?경제 활동을 하는 장소이며 직장과 학교가 대표적이다.

 

제1, 제2공간이 인간이 존속하기 위한 필수적 공간이라고 한다면, 제3의 공간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문화공간이다. 도시문명 초기부터 존재해온 대표적 제3의 공간이 종교시설이다. 일주일 중 업무를 하지 않고 쉬는 날을 주일, 안식일이라 지칭하는 것이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광장, 공연장, 박물관, 갤러리, 상업시설 등이 제3의 공간에 속한다.

 

도시 전체로 봤을 때 제1공간과 제2, 제3공간의 크기는 비슷해야 한다. 제1의 공간에 사는 사람이 행동하는 곳이 제2?3공간이므로 두 영역의 크기가 등가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제1·2·3의 공간들이 서로 얽혀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도시의 형태이다. 지금도 유럽의 중소도시들은 대부분 이러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런던, 파리, 뉴욕 등의 대도시도 반 이상의 거주지가 도시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아시아의 대도시에서는 이러한 도시공간의 융합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이루어진 아시아의 도시화는 그 이전의 500년보다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스케일의 변화를 가져왔다.

 


상업과 주거가 혼합된 가우디의 카사밀라


 

도심주거지역의 효율과 경쟁력

도시 중심지역에 제3의 공간이 집중하고 도시 외곽으로 제1공간이 밀려나는 도시구성의 변화는 도시 외곽에 더 많은 양의 제1공간 공급을 강요해 어느 도시나 천편일률적인 판상형 혹은 탑상형의 대규모 주거단지를 대량으로 공급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신도시라 불리는 대형 주거도시의 건설을 야기했다. 서울의 경우 동부이촌동·반포 등 강남에 대규모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해서 강북으로 확장되었고, 지금은 대규모 주거 전용 공간군이 서울외곽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과거 도시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부동산 투기에 의해서도 왜곡되기 시작했다. 제2?3의 공간과는 다르게 제1의 공간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취향보다는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선택된다. 도시의 3대 기본인프라인 철도?자동차?지하철과 연계된 부동산의 강력한 점유력때문에 이상적인 도시구조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대도시의 중심 부분은 작은 대지로 사유화되어 있는데, 그 작은 대지는 개인이 개발해서 제1의 공간으로 사용하기에는 지가가 지나치게 높아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미개발된 채로 남겨져 있다. 그것은 비단 서울의 문제만이 아니라 맨하탄,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도 나타난다.

 

이상적인 도시 형태는 제1공간과 제2공간이 보행거리(Walking distance) 내에서 연계되는 것이다. 서울은 중심의 사대문 안은 물론 청담·신사 등 강남 중심 일대도 대부분 주거지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거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2·3공간으로 개발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다. 높은 지가와 부동산 가치가 불균형을 이루어 주거지역으로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그곳의 법적 족쇄를 풀어 제1공간과 제2·3공간이 혼합된 도시를 만들어 텅 빈 도심주거지역의 도시화 효율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도시형 복합주거공간을 시도한 대구 가든테라스

 


인구에 걸맞는 다양성 지닌 주거 필요

30년 전에 대구시장을 만나 도심주거지역 규제를 풀어주면 도시형 복합주거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가든테라스란 이름의 이 도심형 복합공간에는 병원도 있고 의원도 있고, 화랑도 있고, 식당도 있고, 사람도 사는 도시공간군이다. 파리나 런던 상가에 있는 문명의 집들이 가든테라스와 같다고 설득했다. 맨하탄에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주거형식이 브라운스톤이라 불리는 5층짜리 단독주택군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파리 시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건물도 1층은 상업이고 상부는 공동주택이고, 옥상 층은 주택과 스튜디오로 자신이 사용한다.

 


서교동 스튜디오 로프트 단면도

 

도시 자체의 축약인 어반 하우징을 개발하자고 시장에게 제안하고, 당시의 건설부 건축과장에게 이 안을 한국형 도시 주거의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하자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1980년에 건축법을 일부 확대해석해 허가를 낸 도시형 복합주거, 대구 가든테라스이다.

 

현재 짓고 있는 서교동 스튜디오 로프트는 100평이 안되는 땅에 25세대의 주거가 들어가는 도심형 소형 복합 건물이다. 저층부에는 카페·상점·음악홀이 들어서고 옥탑층에는 갤러리가 들어선다. 이러한 공간이 표준타입이 된다면, 도시의 산업공간과 동시에 도시 주거공간도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이 될 것이다.

 

서울 땅이 고밀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비어 있는 땅이 많고, 서울 도심지 땅의 반이 100평 미만으로 분할된 대지이다. 서울 특유의 토지 소유형태가 그대로 남은 것이다. 도시 중심에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땅을 가진 사람과 도심에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집합하면 도시 주거와 도시 공간을 다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어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한옥의 도시주거화 방안 중 하나

 

파리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이 중세도시 파리를 구조개혁하고 샹젤리제를 만들며 주요 도로변 주택에 강력한 디자인 제재를 했다.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건축가들의 거센 반발을 문화도시 법률로 물리쳐서 지금의 파리가 있는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건축군이 들어섰다면 지금과 같은 파리의 아름다움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도시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역사와 지리와 인문을 위한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적절한 규제와 완화가 도시 주거 공간에도 활력이 될 것이다.

 

도시의 주거공간은 도시와 도시 거주자의 삶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인구가 200만이라면 200만에 어울리는, 1000만이라면 1000만에 어울리는 도시의 주거형태가 있을 것이고, 대구라면 대구에 어울리는, 부산이라면 부산의 특성을 지니는 도시 주거형식이 있을 것이다. 도시 특유의 역사와 지리와 인문에 기반을 둔 도시 형태가 나타나야 문명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우리 도시에 맞는 도시 형식과 인구에 걸맞은 다양성을 가진 주거를 가지는 것이 21세기 우리 도시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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