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특집 하우징
·Home > 하우징 > 특집
[전환기 주택시장 변화 집중탐구 05]
PART3. 미래주거를 묻는다 2 소통과 융·복합의 공동주거를 향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0년 유형별 재고주택 현황’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388만4000호의 주택이 있고,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그리고 아파트를 포함하는 공동주택은 993만5000호로, 전체 주택재고의 72%정도를 차지한다. 여기에 건축법에서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 주택의 존재를 감안한다면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주택의 거의 80%가 공동주택인 셈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우리나라 옛 마을의 주택들은 사람들을 맞이하는 방향으로 앉혀졌다. 고성왕곡마을.

2 마을길에서 주택의 마당으로는 누구든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성왕곡마을.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쉽게 떠올리지만 필자가 굳이 연립주택과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포함하고자 하는 것은 원칙적인 접근을 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이들 유형의 주택들이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소통과 융·복합’이라는 큰 흐름을 함께 탈 것이다.

 

 

도시와, 사람과 소통하는 주거가 필요하다

‘불결하고 위험한(?)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공간으로서의 주택’이라는 개념은 주거의 긴 역사에 비추어볼 때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근대적 발전이 있기 이전에 주택은 길에서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주택이 내밀한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서양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서구의 근대적 문물이 들어오고 난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유럽의 도시주택들은 가로를 향해 개방되어 지상층에는 상가가, 상층부에는 주거가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우리나라의 옛 마을을 보면 길에서 주택의 마당으로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고, 집들은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궁궐이나 양반(귀족)의 주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일반적인 주택들은 길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텐지 아파트(祐天寺の連結柱棟, 일본 도쿄). 주변 도시가로를 단지 안으로 연결시켜 단지를 개방하고, 두동에 걸쳐 한 세대가 거주하면서 집안 생활 속에서도 가로와의 연계성을 가지도록 했다.


주택이 가진 이러한 개방성은 아파트가 일반화되기 이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골목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여앉아 김칫거리를 다듬고, 아이들은 근처에서 놀다가 무 한 조각을 얻어 먹고 달려가던 시절을 생각하면 당시 우리는 분명 열린 동네, 열린 주택에서 살았었다. 그리고 이런 개방성은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보급되던 초기까지, 적어도 복도형 아파트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주거 얘기만 나오면 언제나 지적되듯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른다. 알아도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글로벌 가상공동체’의 시대에 이웃과의 관계회복이니, 커뮤니티 활성화니 하는 말이 무색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을공동체 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아마도 이것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상의 세계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삶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으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관계형성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 이웃에게 열리고 도시로 열린 주택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공동주택은 닫혀 있다. 아파트든 연립주택이든 다세대 주택이든 담장을 두르고 차단기를 설치하고 행여나 누가 침입할까 꼭꼭 잠그고 지낸다. 물론 범죄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것이지만 열린 공간에서 이웃에 의한 자연스러운 감시를 통해 범죄는 더 잘 예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 코쿠닝(Digital Cocooning), 나만의 특권(Myself Prestige)을 주장하는 미래지향적 세대일수록 사람과 도시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주택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주동은 이웃과의 우연한 만남이 가능한 공간과 구조를 가지고, 단지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길과 시설을 가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나를 확인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은둔형 외톨이 증후군’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예쁜 나비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꾸고 우리가 만드는 나의 도시 동탄’을 개념으로 디자인 된 동탄2신도시 커뮤니티 시범단지 마스터플랜 현상설계공모안(토문건축). 이 안에는 주민이 단지 내 텃밭을 가꾸고, 그 과정에서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안전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게 된다는 주거단지의 미래상이 담겨있다.

 

 

기술과 문화가 융·복합된 주거가 뜬다

미래의 주택은 진보된 기술로 보다 스마트해질 것이고, 복합 문화로 훨씬 다기능화 될 것이다. IT기술, 조립식 주택 생산기술,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 등등이 가구디자인, 기기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접목되어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주택을 생산해 낼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에도 당연히 이러한 주택의 기능이 수용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최근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장수명 주택이 그와 유사하다.

 

또, 하나의 주동이 아닌 여러 동이 모인 주거단지라면 외부공간의 융통성 또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컨홈(Second Home), 모바일 하우스(Mobile House) 등을 외부공간에 둘 여지가 있고, 가드닝(Gardening)과 같은 취미생활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택지를 모두 활용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 기술집약적인 미래의 공동주택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이 이주해서 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사회는 마치 샐러드 볼(Salad Bowl)처럼 글로벌한 인종들이 나이와 계층에 상관없이 어울려 다양한 맛을 내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 때 주택은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각종의 채소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샐러드 드레싱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융·복합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원래 살던 사람과 새로 이주해 온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노년층과 일자리가 필요한 청장년층을 연결할 수 있는 지원센터가 필요하다. 또 주민들이 결성한 커뮤니티 그룹과 그들의 활동을 지원할 전문가 집단과의 연결도 주선해야 한다. 전문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메디케이션 서버(Medication Server)도 있어야 한다.

 

결국, 미래의 주거는 그것이 다세대 주택이든 아파트이든 스마트한 기능을 가진 아주 다양한 개인 맞춤형 주택들이 독립하여 존재하되, 그들 서로 간에는 연결망이 있어서 필요할 땐 언제나 다른 주택과 교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개의 주택이 하나의 주택으로 혹은 하나의 주택이 여러 개의 스튜디오로 변신할 수 있는 다기능의 주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택은, 그것도 공동주택은 ‘함께 하는 삶’을 본질로 한다. 그래서 ‘공동’주거가 아니던가. 벽을 이웃하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기 때문이 아니라, 이웃한 벽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로 이웃의 존재를 알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면서 즐겁거나 고단한 얼굴들을 마주하기 때문에 함께 사는 주택이 아닌가 싶다. 그 안에 사는 우리들 각자의 삶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고, 그래서 다양성과 편리함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 하는 삶도 가능해야 한다. 사람은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이어진 기사>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1] part 1 외부공간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2] part 1 내부공간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3] part 2 주거의식 변화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4] part 3 미래주거를 묻는다 (1)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5] part 3 미래주거를 묻는다 (2)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6] part 3 미래주거를 묻는다 (3)

[전환기 주택시장 집중탐구 07] part 3 미래주거를 묻는다 (4)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