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하우징 > 살고 싶은 집
[노후의 슬로우 라이프가 시작된다 ]
1940년 지어진 농가주택의 감칠맛 나는 변신

1940년대 지어졌으나 살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23년 동안 빈 채로 버려졌던 폐가가 어느 조각가의 리노베이션으로 되살아났다. 경기도 평택시 월곡동에 자리한 조성달(66)·정순임(60)씨 부부의 세컨드하우스가 그곳이다. 조각가 김영철이 직접 나서서 어느 60대 부부의 슬로우 라이프가 펼쳐질 옛집을 살뜰하게 고치고 감칠맛나게 꾸몄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60대 부부가 노후의 놀이터이자 슬로우라이프를 실현할 목적으로 리노베이션한 농가주택의 전경이다. 기존 구조와 배치를 그대로 살리면서 1950~60년대 주택의 분위기를 곳곳에 재현해 놓았다.

 

비록 낡았더라도 오래된 집은 맛깔스러운 구석이 있다. 옛 시절의 기억이 스며있기도 하거니와, 나무와 흙 같은 친근한 재료들 위에 덕지덕지 끼어있는 사람들의 손맛이 편안한 감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평소 다도(茶道)를 즐기며 옛 멋에 심취해온 정순임(60) 씨가 발견한 경기도 평택시 월곡동의 농가주택. 23년간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였지만 그 속내는 맛깔스러웠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농가주택은 대청마루와 방의 서까래가 튼튼하게 살아있어 1990년대 중반의 주거양식을 잘 보여주었다. 은퇴한 남편 조성달(66) 씨와 함께 쉬엄쉬엄 지낼 수 있는 소박한 시골집을 꿈꿔오던 아내 정씨는 월곡동 주택을 구입한 후, 평소 친분이 있던 조각가 김영철 씨를 찾아가 리노베이션을 청했다.

 


담장 넘어 보이는 본채와 바깥 마당의 모습이다. 아궁이가 있는 재래식 부엌과 마루, 방 2개, 다락방으로 이뤄졌다.

 

구옥을 고치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굳이 김영철 작가를 찾은 이유는 각별하다. 폐허가 된 집더미 속에서 옛 분위기를 되살려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구옥의 본래 구조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작가의 감수성과 손맛을 자유롭게 입힌 핸드메이드 시골집을 주문했다.

 


동네에 노출된 바깥마당에는 텃밭을 조성하고 장독대와 빨래터를 두는 등 동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김영철 씨는 지난 30년간 쓸모없어 버려진 목근과 목피에 창작예술의 혼을 담아온 작가로, 몇 해 전부터 철작업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영역을 넓히며 이름을 알려왔다. 나무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던 작가에게도 구옥 리노베이션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고, 올봄 인부 3명과 함께 수개월에 걸친 공사를 시작했다. 구옥 리노베이션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단열과 같은 집의 성능을 보완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옛집의 맛을 살려내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였다.

 


1 뒷마당을 길게 둘러싼 담장이 굴뚝과 어우러져 전시공간처럼 변모했다. 바닥에는 물빠짐이 좋도록 마사토를 깔았다. 2 일부러 꾸미지 않고 텅 비워둔 안마당에는 정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조각가의 손맛으로 되살린 핸드메이드 시골집

구옥은 크게 세 덩이의 건물로 구성된다. ㄱ자형 본채와 ─자형 별채, 창고가 그것이다. ㄱ자형 본채는 부부가 기거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대청마루와 2개의 방, 부엌이 들어선 본채는 수수깡을 엮어 벽체를 세운 후 황토 반죽으로 벽을 채우는 심벽공법으로 지어졌다. 아무리 세컨드하우스라고 해도 얇은 황토벽만으로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집 내부에 단열재와 합판을 덧댄 후 황토를 발라 단열성능을 보강하고, 황토집의 느낌도 살렸다.

 


다도를 가르치고 즐기는 안주인을 위해 김영철 작가가 직접 만든 차탁이 멋스럽게 놓인 대청마루의 풍경이다. 서까래와 대들보를 그대로 노출 시킨 후 회벽칠로 단아하게 마감했다.

 

안마당과 뒷마당이 내다보이는 대청마루는 난방을 하지 않고 여름의 시원한 느낌을 살려두었다. 대신 2개의 구들방을 모두 살려냈다. 겨울이 아무리 추운들 구들 깐 황토방에 들어서면 잊히기 마련이다. 신축하는 전원주택에서도 구들장 있는 방을 일부러 만드는데, 애써 있는 구들장을 없애 버릴 이유가 없었다. 옛 구들장을 들어내고 새 구들장을 깔고 굴뚝은 뒷마당으로 내었다. 부엌의 아궁이와 솥을 걸 수 있는 부뚜막도 없애지 않았다. 빠른 조리가 필요하다면 가스레인지를 설치한 간이부엌을 사용하면 된다.

 

안방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기존 다락방에는 전기판넬을 깔아 취침도 할 수 있게 했다. 서까래가 노출된 다락방에는 동서로 창이 나 있어 마당을 내다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아 보인다.

 


1 아궁이가 있는 재래식 부엌. 왼쪽에 현대식 간이부엌을 두고 둘 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가스레인지와 개수대가 있는 부엌. 천장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파벽돌로 벽을 꾸미고 나무선반을 달았다. 바깥마당을 내다볼 수 있도록 작은 창을 뚫고 간이테이블을 매달아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간으로 조성했다.

 

본채와 마주보고 있는 별채는 서재와 벽난로가 있는 모임공간으로 구성된 부부의 놀이터다. 소를 키우던 축사에 단열벽체와 지붕을 덧대어 만들었다. 축사의 박공지붕 형태는 그대로 남기고 외장재로 쓰이는 철판을 실내로 가지고 들어와 천장 전체를 감싸 옛 만화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독서에도 취미가 깊은 부부는 머지않아 이곳으로 책들을 이사시킬 요량으로, 벽면 가득 책장을 설치해 두었다.

 

창고는 두 칸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텃밭농사에 필요한 도구들을 보관하고 한쪽은 저장음식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나무 선반을 달아두었다.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마당은 용도에 따라 다르게 구성했다. 본채와 별채, 창고가 모여있는 안마당은 비어두어 정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동네길에서도 쉬이 들여다보이는 바깥마당에는 텃밭과 장독대, 수돗가를 배치해 동적인 활동공간으로 구성했다.

 


1 5060세대의 기억 속에 각인된 다락방. 올라가 앉으면 의외로 편안하고 아늑하다. 안마당과 바깥마당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2 버려진 목근을 다듬어 만든 옷거리와 선반이 황토벽과 잘 어우러진다.

 

소홀하기 쉬운 뒷마당에도 정성을 들였다. 뒷집보다 지대가 낮아 음습하던 뒷마당에 두툼하게 담장을 쌓고 양철로 지붕을 올려 화사하게 꾸몄다. 군데군데 파벽돌, 도자기파편, 자연석을 이용한 이미지월을 만들어 무료함을 달랜 점도 재밌다. 바닥에는 마사토를 깔아 물빠짐이 좋도록 했다.

그밖에도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작가의 손맛을 좋아하는 집주인에게 선물하는 별미다.

 


 별채는 책을 좋아하는 부부의 놀이터다. 머지않아 이사할 책들을 꼿기 위해 나무로 짠 선반을 설치했다.

 

 

재활용 재료들로 옛 멋 살리고 비용도 절감하고

옛집의 멋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사용 재료의 범위도 최소화했다. 건물 군데군데 사용한 파벽돌이 유일하게 구입해서 쓴 재료이고, 최대한 재활용 재료들을 썼다. 파벽돌은 오래된 집의 느낌을 되살리는데 매우 유용했다. 마당과 조경, 담장 같은 곳에는 대부분 인근 산이나 공사장, 구옥이 헐리는 현장에서 버려진 것들을 가져다 다듬어 썼다. 집을 헐거나 고치면서 나온 돌들도 마당의 디딤석이나 조경석으로 다시 쓰였다.

 

방의 옷걸이나 서재의 선반, 거울, 책상 같은 가구들은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 수십년간 버려진 목근과 목피를 다뤄 작품으로 환원시킨 그의 노련함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들로 탄생했다. 철을 잘 다루는 작가는 전등 갓과 수납테이블, 이미지월 같은 작업도 척척 해냈다. 이렇게 해서 25평 ㄱ자 본채와 10평 별채, 6평 창고를 노부부의 세컨드하우스로 고치는데 든 총비용은 7000만원이다.

 


철제 조명 갓은 김영철 작가가 손수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전기선을 밖으로 노출시키고 손으로 전구를 켜고 끄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했다.

 

월곡동 농가주택 리노베이션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50년대로 회귀한 풍경들 때문일 것이다. 편리를 위한 리노베이션이었다면 아궁이 있는 부엌도 입식부엌으로 갈아치우고, 대청마루도 뜯어내어 따끈한 겨울을 보내기 위한 보일러를 설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집주인은 굳이 편리를 추구하지 않았고, 다소 귀찮더라도 옛 방식을 선택했다. 한여름의 시원함을 선사한 대청마루가 있어야 한겨울 구들방의 고마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세상이치기 때문이다. 아궁이에 넣을 장작을 장만하며 겨울을 기다리는 것도 한평생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일해 온 부부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일 것이라 여겼다. 슬로우 라이프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누리는 편한 삶이 아니라 내가 사는 방식을 되돌아보고 자연으로 회귀하는 삶이라고, 월곡동 농가주택이 말하고 있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