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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리노베이션의 건축]
건축 리노베이션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

좋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여러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은 기존 건물의 아름다움과 장점을 살려내고, 문제점을 보완 및 해결하며 새로운 재료와 소재의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테이트모던 갤러리 등이 이렇게 탄생하였다.

글·사진 김석철(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석좌교수·명예건축대학장,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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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현재 파사드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초창기 파사드

 

역사상 위대한 박물관·미술관 건축의 상당수는 증축과 개축에 의해 이루어졌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마드리드의 소피아 미술관은 궁전이나 관공서같은 공공건축물을 박물관 전시시설로 전환한 사례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의 경우는 처음부터 박물관으로 계획되었으나 그 이후 수 차례의 증·개축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춘 경우이다.

 

건축물의 사용 용도가 비교적 고정적인 다른 건축 프로그램에 비해 박물관·미술관은 컬렉션의 변화에 따라 전시공간의 전환이나 저장공간의 확장이 요구되기 때문에 아예 별개의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지 않는 한에는 주기적인 증·개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시설의 확장을 생각하는 박물관·미술관들의 경우 별관이라는 형태로 기존 건물에 새로운 전시시설을 덧짓거나 혹은 기존 건물의 내부를 리노베이션을 통해 대폭 변환하곤 한다.

 


 마드리드의 소피아뮤지엄. 2005년 리노베이션되었다.

 

 

기존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살려낸다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은 단순히 기존 건물에 부족했던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기존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한다. 잘된 리노베이션 건축을 보면 공유하는 요소들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리노베이션된 부분이 기존 박물관·미술관의 아름다웠던 점이나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리노베이션을 하려는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좋은 건축, 혹은 최소한 적어도 부수기에는 아까운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다. 온갖 쓸모 없음으로 가득 찬 건물이라면 고쳐 쓰기 보다는 아예 부수거나 혹은 다른 장소를 구해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노베이션이란 기본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며, 그것은 건물에 새로이 더해지거나 고쳐지는 부분을 통해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과정이다.

 

뉴욕의 맨하탄에 소재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1866년 파리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미국인들의 회합에서 설립이 제안되어, 1870년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원래 다른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가 1880년 현재의 센트럴파크 5번가 부지로 이전하였으며, 기금을 통한 미술품 구입과 리먼컬렉션 등의 기증으로 소장품이 급증하였다.

 

창립 100주년인 1970년부터 시작된 개조 계획에 의해 5번가를 마주하고 있는 정면의 파사드는 그대로 둔 채 서측으로 증축되는 방식으로 리노베이션되었다. 원래의 파사드를 그대로 유지한 탓에 현재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원래의 세 배 규모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유럽으로부터 벗어나 미국에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자 하였던 박물관 설립자들의 취지를 지키면서도 합리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용해 낸, 뮤지엄 리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의 그레이트코트

 

 

기존 건물의 문제점을 보완·해결한다

좋은 리노베이션 건축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새로이 증·개축된 부분이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결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박물관·미술관은 짓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사용을 하며 조금씩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은 애초의 설계상의 문제때문일 수도 있고, 건물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전시물을 수용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용자의 의식변화(예를 들어 그 건축물의 미적 평가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등)때문일 수도 있다. 성공적인 리노베이션 건축은 과거 기존 건물에 존재했던 문제점을 해결하여 마치 그것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이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대영박물관의 그레이트코트 항공사진



 루브르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 1993년 증축되었다.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고학 및 민속학 수집품들을 소장한 세계최초의 박물관이다. 한스 슬론 경의 개인수집품 중심으로 1753년에 설립되었으나 공공에 개방된 것은 1759년이다. 처음에는 블룸스베리의 몬태규 저택을 박물관으로 사용하였으나 소장품이 증가되면서 1850년 현재 박물관자리로 이전하였고, 그 이후 2세기 반에 걸쳐 확장되어 현재는 도시의 공원과 문화공간들로 둘러싸여 있다.

 

2000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대영박물관의 중정을 엘리자베스2세 그레이트코트로 새롭게 디자인하였다. 실외공간이었던 중정이 실내공간이 되면서 관람동선을 일목요연하게 집약시키고 전시공간에 비해 부족하던 서비스공간을 완벽하게 조화시킴으로써 대영박물관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공간을 내부공간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한 리노베이션 건축의 잘된 예이다.

 


 테이트모던갤러리의 내부모습

 

 

새로운 재료나 소재의 사용에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리노베이션 건축의 특징은 새로운 재료나 소재의 사용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리노베이션이 가지는 큰 장점 중 하나는 오래된 건축물이 가지는 낙후된 이미지를 몇 가지 건축 장치들을 이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재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신소재나 혹은 기존 건축물에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의 과감한 도입은, 역으로 기존 건물에 참신함과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런던 템즈강변에 위치한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헨리 테이트 경이 자신이 수집한 19세기 미술품 컬렉션을 모두 국가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문을 열었다. 2000년 5월 유가 파동으로 폐쇄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건축가 쟈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갤러리로 개조하면서 테이트모던 갤러리가 탄생하였다. 테이트모던 갤러리의 내부 공간은 미술관으로서 잘된 공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화력발전소의 대공간을 미술관으로 전환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그 결과물이 애초부터 미술관으로 지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쓸모 없던 공간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는 식의 으스대는 느낌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모던갤러리와 밀레니엄브릿지

 

하지만 기존의 벽돌건물에 얹혀 있는 듯한 형상의, 새로 추가된 글래스박스는 유리와 벽돌이라는 두 재료 사이의 대비를 통해 적절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으며 템즈 강의 전경과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밀레니엄 브릿지로 세인트폴과 연결되어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연간 5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하는 등 성공적인 리노베이션 건축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였다.


건축물을 영속적으로 가꾸어나갈 대상이라기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부수고 지어나가는데 익숙했던 우리와 달리 유럽에선 리노베이션이란 매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건축의 한 방법이다. 특히 베네치아와 같은 천년의 역사도시들은 도시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리노베이션에 의해 유지·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겐 건축 리노베이션에 관한 많은 노하우가 쌓여있고, 건축 리노베이션이 어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원칙들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이제 더 이상 부수고 새로짓기보다는 어떻게 고쳐 쓸 수 있을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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