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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L 스튜디오 안기현&이민수&신민재]
공간 디자인의 경계 허물기

열정과 끼로 똘똘 뭉친 30대 건축가 그룹 AnL스튜디오를 만났다.

안기현(사진 가운데), 이민수(왼쪽), 신민재(오른쪽) 소장이 그들이다.

2008년 설립된 젊은 건축가들의 스튜디오가 그동안 꾸준히 건축계와 전시계 양쪽의 주목을 받아온 비결, 무엇일까.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AnL스튜디오(02-720-2012)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모인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건축전공자이면서 국내외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작업을 탄탄히 거친 30대의 젊은 건축가들로 구성된 AnL스튜디오. 얼마 전 이사한 서울 종로구 팔판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안기현, 이민수, 신민재 3인방은 의기충만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오산 뷰티사업장에서 진행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작품, SOLIDification. 건축부자재로 쓰이는 연질의 보일러파이프로 쉼터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만들어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사진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인천 송도의 오션스코프(Ocean Scope). 인천대교 전망대이자 조형물로, 독일의 레드닷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건축인테리어 분야 최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9


실제 AnL 스튜디오는 현실 속에 구축되는 도시, 건축,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인터액티브 미디어아트와 조형작업, 설치미술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작업 영역은 아주 작게는 쥬얼리 디자인부터 크게는 도시디자인, 또한 모든 스케일의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영역을 확정짓지 않고 끊임없이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을 주목받게 만든 데뷔작은 인천대교 전망대이자 조형물로 역할하는 오션스코프(ocean scope)다. 2008년 무렵 뉴욕의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동료로 일하던 안기현, 이민수 소장이 팀을 이뤄 공모전에 도전해 당선됐고, 2009년 설치됐다. 오션스코프는 독일에서 주최하는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에서 한국인 최초로 건축인테리어 분야 최고상인 Best of the best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주었다. 레드닷 어워드는 유럽 디자인계의 최고 권위상으로 꼽힌다. 이에 자신감을 얻는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와 AnL스튜디오를 열게 된 것.

 


AnL스튜디오. 서울 종로구 팔판동 73번지 구옥을 리노베이션해서 사용 중이다.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다 보면 일의 영역이 그렇게 넓지 못해 갑갑한 점이 있어요. 그렇게 억압된 욕구를 풀기 위해 보다 열려있는 창작공간인 공모전에 참여한 것인데, 운이 퍽 좋았습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010년 또 다시 일을 냈다. 호주 브리스번 퀸즈랜드 정부와 싸우스 뱅크 제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Asia Pacific Design Triennial의 메인허브인 파빌리온 현상설계에서 1등으로 당선된 것.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반응하는 새로운 타입의 인터액티브 파빌리온 라이트 웨이브(Light wave)를 통해 또 다시 이름을 알렸다.

 

2012년엔 국내 유명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던 신민재 소장이 합류하면서 건축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2년 극소주택으로 발표된 몽당주택이 대표적인 실험작이다. 사대문안 종로에 위치한 몽당주택은 10평 부지에 바닥건축면적이 6평이면서 일반적인 컨디션을 갖춘 3층주택으로 완성, 도심지 협소주택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단독주택, 상가, 펜션, 리노베이션 등 다양한 건축 일을 진행 중이다.

 

전시 분야에서도 AnL스튜디오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에서 11월3일까지 열리는 공공미술프로젝트 APMAP에 가면 AnL스튜디오 3인방의 흥미로운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붉은 벽돌건물을 배경으로 하얗게 빛나고 있는 파빌리온은 건축부자재인 연질의 보일러파이프를 구조물 재료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늘막처럼 드리워진 설치물은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쉼터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 설치된 새로운 타입의 인터액티브 파빌리온, 라이트 웨이브. 2010.

 

 

서로의 다름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동반성장’

“함께 작업하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다른 생각을 알 수 있어요. 서로의 관점은 달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중요하니까요. 관점이 달라서 부딪히더라도 다시 생각해보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고 싸우고 만들어가면서 동반성장하는 거죠.”

 


종로구 도심지 동네 속 10평 부지에 건축바닥면적이 6평에 불과한 3층 주택을 지었다. 몽당주택. 2012.

 

안기현 소장의 말처럼 AnL스튜디오 3인방은 관점은 물론, 성격적인 스펙트럼도 다르다. 신민재는 섬세하고 꼼꼼해서 티 하나 놓치지 않는 반면, 안기현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돌파하는 활력맨이다. 이민수는 앞선 감각과 통찰력으로 큰 맥을 잡는다. 프로젝트가 펼쳐질 때마다 그에 맞는 성격이 더 큰 힘을 발휘하면서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오래된 낙원아파트를 홈 오피스로 리노베이션했다. 하우스 윙.

 

이들은 다름을 인정한다.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배움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민재 소장은 “사무실에 오면 리플레쉬되는 기분”이라며 밝게 웃는다.

그룹으로 일하는 것은 젊은 건축가들의 생존권과도 연결된다. 이민수 소장은 “일을 가져올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SOLIDification. 2013. (사진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앞으로 AnL스튜디오가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자신들의 창의력을 가둬두었던 현실의 테두리를 스스로 뚫고 나온 용기있는 그들인 만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확장하려는 무한도전을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축이 갖춰진 여러 조건에 맞춰 최적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다소 딱딱한 일이라면, 전시는 번외경기처럼 느껴져 매력이 있어요. 건축가라고 해서 건축만 해야할까요. 지금 시대와 앞으로의 시대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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