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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장용근의 ‘도시채집’]
도시풍경 속 욕망의 자화상을 찾아서

사람이 사는 도시는 욕망의 덩어리다. 나무를 뽑아내고 짓는 빌딩들도, 백화점 진열대에 늘어선 상품들도 소비와 탐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작가 장용근은 도시 곳곳에 흩어져있는 욕망의 이미지들을 카메라로 채집하고 수백 컷의 이미지를 화면 가득 구성해 도시 속 욕망을 강렬하게, 극명하게 포착해낸다. 그는 또 채집된 사진들을 꼴라주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며 다큐멘터리 사진 그 이상의 매력을 보여준다.

취재 구선영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그간의 사진작업 변천사를 알고 싶습니다.

90년대 중반 탄광지역의 풍경을 촬영한 흑백사진으로 첫 개인전을 했습니다. 2006년 도시와 도시가 아닌 곳, 두 곳의 경계지역에서 사라지거나 세워지는 풍경을 촬영한 ‘Landscape-Another side’를 선보였고요. 그후 밤의 도시를 여러 개의 손전등을 비추어 도시의 이면을 드러내는 ‘인간의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증명사진을 겹쳐서 집단과 규범과 권력이 만들어내는 획일화된 초상을 보여주는 ‘100개의 겹쳐진 증명’, 산업풍경을 위주로 대단위 산업단지의 스펙터클한 광경을 통해 기계미학과 삶의 기록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하는 ‘FacStory’ 등 현대 도시를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작업에 매진해온 이유는 무엇인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자연스럽게 내 작업의 주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살아가야할 도시는 추억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 속에 풍부한 이야기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도시의 이곳저곳을 채집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리개 Archival Pigment Print 100x150cm 2004

 

 

장용근이라는 작가의 인지도를 높인 ‘도시채집’ 시리즈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촬영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들을 정리 하다가 보니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많이 찍혀 있었어요. 모든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어서 의식하지 않았지만 찍힌 것이죠. 순간 한 컷의 사진보다 여러 컷의 사진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여 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정적인 한 컷의 사진으로 이 도시를 드러내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이때부터 도시를 채집하고 꼴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구에서도 오랜 시간 작업해오셨기 때문에 대구지하철 참사자들을 기리는 ‘현수막’ 작업에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1995년과 2003년 대구에서는 큰 사고가 있었죠.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와 지하철화재사고가 그것입니다. 당시 두 사고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인간이 불완전한 자연을 개척해 도시를 건설해 모여 살고 있지만, 과연 자연 상태였을 때 보다 이 도시는 살아가기 좋은 곳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도시가 제공하는 안전함과 편리함의 이면을 목격하면서 도시를 새롭게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스팔트에 스프레이로 그려진 교통사고 표시용 흔적들을 모은 ‘아스팔트’, 야생동물의 차량사고 흔적을 채집한 ‘로드킬’,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 등으로 작업을 이어가면서 도시가 불안하고 위험하기도 한 공간임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Archival Pigment Print 100x150cm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척 다양한데요, 작가님이 사진 작업시 관심을 갖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저는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하나의 커다란 풍경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도시를 이루는 작은 단위들, 각각의 장소들을 가득채운 이미지들에 주목합니다.

<도시채집>은 도시의 곳곳에서 만나는 이미지들의 군집입니다. 모텔의 내부사진과 가리개, 마사지 업소의 전단지는 성적 욕망과 관련된 것이고, 로또 1등 판매점과 백화점 골드라인에 진열되어있는 상품들은 소비와 탐욕의 함수관계를 나타냅니다.

로드킬, 아스팔트, 목격자는 빠르고 편리함 이면의 불편함을 드러내고요. 조명을 뒤집어쓰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을 내는 밤의 나무들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이렇게 무한대로 증식하는 도시의 욕망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수백장의 사진을 반복, 나열하는 꼴라주 형식을 사용합니다.

 


Tree Archival Pigment Print 100x150cm 2010

 

 

도시채집 작업을 위해 도시를 배회하다보면 에피소드가 적잖이 생길 것 같습니다.

욕망과 관련된 작업이 많다 보니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관을 수백번 가야하고, 성매매 전단지를 주워 모으고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유흥가 근처에서 촬영할 경우가 많은데 업주들한테 항의를 받기도 하고요. 특히 모텔 가리개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촬영하다가 가리개를 통과해 주차장을 나오는 자동차와 극적으로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놀라서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 했죠.

 

 

도시채집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동일한 대상을 채집하고 재가공,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여관이나, 가요방처럼 촬영허락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곳은 몇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여러 주제로 동시에 진행합니다. 컴퓨터에 폴더를 만들어 놓고 같은 주제끼리 모으는 것이죠.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로 수백장 채집하고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레이어를 만들어 이어붙이는 방법으로 작업합니다.

촬영한 사진들은 완전한 기록적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재배열·재구성 과정에서 작가의 조형의지가 반영된 군집 형식의 최종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기록적가치와 미적가치를 분리하지 않고, 두 요소가 겹쳐진 지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Lotto Archival Pigment Print, 100x150cm 2009

 

 

앞으로 장용근 작가님이 어떤 도시의 요소들을 채집해서 우리 앞에 내놓을지도 궁금합니다. 도시채집 시리즈는 계속될까요?

이번 여름 3달간 상하이현대미술관의 레지던시에 다녀왔습니다. 도시채집 시리즈를 아시아의 여러 도시로 확장시킬 계획으로요. 아시아의 도시화는 서구 제국주의와 그들이 강제한 근대화 등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아에서 도시화가 가장 빨리 진행된 도시, 즉 서구 열강에 의해 개항을 한 도시들로 작업을 넓혀갈 것입니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 도시를 목격 할 생각입니다. 사진은 촬영되는 순간 필름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는 기록매체이자 동시에 표현매체이죠. 지금껏 이 다큐멘트적 가치와 미적가치를 분리하지 않은 채로 도시의 다양한 층위와 맥락 속에서 작업을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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