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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임대주택의 새로운 도전02]
[문정동 공공원룸] 1인가구 위한 공공원룸

1인 가구만 입주할 수 있는 공공원룸형 임대주택이 등장했다. 공공원룸은 서울시가 새롭게 개발해 추진하고 있는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의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로, 2013년 1월 입주한 문정동 공공원룸은 그 첫 사업이다.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제도에서 소외돼온 1인가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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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동 건영아파트 사거리에 위치한 공공원룸형 임대주택. 대지 436.9㎡ 대지 위에 들어선 31세대의 공공원룸은 차분한 무채색 컬러에 비대칭적인 변화를 꾀한 외관 디자인으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지층에 살다가 지상으로 올라오니 더없이 쾌적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58) 씨는 2013년 1월 서울시가 송파구 문정동에 신축한 공공원룸주택에 입주했다. 오랫동안 지층에 살면서 쾌쾌한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습기 때문에 고생이 심했던 그는 공공원룸에 입주한 이후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A씨는 일부 세대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우선공급하는 정책에 따라 공공원룸 입주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입주한 B(41) 씨는 인테리어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수입이 도시근로자의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서울시내의 높은 전세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영등포 일대 원룸텔과 고시원을 거처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공공원룸 모집공고를 접하고 신청서를 제출해 입주할 수 있었다. “원룸텔의 월세가 40~50만원 선이었는데, 공공원룸의 월임대료는 15만에 불과해요. 매달 수십만원, 연간 수백만원을 추가로 저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죠.”

 

문정동 공공원룸주택에는 비슷한 처지의 무주택 1인가구 31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다. 모집공고일(2012년 12월) 기준으로 만20세이상 만40세미만의 중소제조업체 근로자와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대비 70% 이하의 소득을 받는 무주택 근로자들이다. 남성 보다는 여성가구주가 다소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개인사정으로 퇴거한 4가구에 대해 추가모집을 진행 중이다.

 


1 4층 세대에게는 넓은 태라스를 제공한다. 최상층 5층 세대는 박공형 천장 아래 공간을 활용해 다락방을 제공하고 있다.

2 세대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큰 폭의 창호를 사용해 개방감이 좋다.

 

 

만40세 미만 중소제조업체 근로자 우선공급

서울시는 2012년부터 1인가구를 위한 공공원룸 건설사업에 나섰다.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문정동 공공원룸은 그 첫 결과물로, 문정동과 비슷한 시기 입주한 연남동(30호, 14㎡) 공공원룸을 비롯해, 2013년 말 입주한 역삼동 공공원룸(30호, 12㎡)도 건설했다. 그밖에 이미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을 매입해 공공원룸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함께 펼쳐, 지금껏 1300여 1인가구에게 원룸임대주택을 제공했다.

 

문정동 공공원룸은 서울시가 보유하던 6호선 문정역 인근 시유지를 활용해 신축한 공공건설형 임대주택이다. 건설예산은 저리의 정부기금을 빌려 SH공사가 부담하고, 건설 이후 입주자에게 받은 보증금과 월임대료로 건설비를 차감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공용출입구에 자리한 우편함. 31세대의 원룸으로 구성됐다.

 

오로지 1인가구만이 입주할 수 있고,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주여야 한다.

문정동 공공원룸 입주자는 일반공급 16가구와 우선공급 15가구로 구성된다. 일반공급 입주자 선정 기준은 소득과 보유자산이다. 전년도 가구원수별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이하인 세대에게 공급된다. 월평균 소득의 50%이하가 1순위, 70%이하가 2순위다. 그밖에 부동산 보유액이 1억2600만원 이하, 보유자동차 가치가 2467만원 이하여야 입주자격이 주어진다.

우선공급은 중소제조업체근로자에게 돌아간다. 상시근로자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이하의 중소제조업체에 6개월 이상 근무한 만20세이상 만40세미만 청년근로자(임원제외)가 대상이다. 마찬가지로, 일반공급의 소득제한기준인 70%초과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는 입주할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우선공급 대상이다. 공공원룸 입주시 내야 하는 보증금은 2225만원, 임대료는 월 15만800원으로 모든 세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도, 가스, 전기는 쓴 만큼 추가된다.

 

 

임대주택 선입견 탈피, 디자인과 실용성에 중점 둬

문정동 공공원룸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던 방식에서 탈피, 설계와 시공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 시행과 관리를 맡은 SH공사는 사업계획 초기부터 건축가를 영입해 설계안을 대폭 수용했다. 시공 역시 외부 시공사에 맡겨 건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SH공사는 그동안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주로 건설해온 탓에 소형주택분야의 시공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정동 공공원룸을 설계한 디자인그룹오즈의 최재원·신승수 대표는 “임대주택의 선입견을 개선하려 더욱 더 디자인과 실용성에 중점을 두는 설계를 했다”고 밝혔다.

대지 436.9㎡ 대지 위에 들어선 문정동 공공원룸은 차분한 무채색 컬러에 층별로 비대칭적인 변화를 꾀한 외관 디자인으로 입주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도로에 접한 입구가 협소하고 안으로 깊숙이 진입해야 하는 가느다랗고 긴 모양의 세장형 대지의 단점이 디자인으로 극복됐다는 평이다.

 


1 2층 가운데서도 가장 전망좋은 곳에 자리한 쾌적한 공용세탁실. 입주민들은 세탁이 몰려 원하는 시간에 세탁을 할 수 없는 점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3층 복도의 풍경. 복도 중간에 2층으로 내려서는 계단실이 마련돼 있다.

 

1층은 필로티로 띄우고 대지 안쪽에 출입구와 커뮤니티공간을 배치해 안정감을 꾀한 점도 엿보인다. 건물을 빙둘러 막힘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준 것은 입주민은 물론 지역주민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뒷마당과 연계되어 오픈된 커뮤니티실은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지역주민과의 교류공간이나 문화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입주자들이 맺는 관계와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 용도를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곳이다. 1층에는 입주민들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출입할 수 있는 방범도어와 CCTV가 설치되어 있다.

 


 24시간 CCTV 촬영을 통해 방범을 해결하고 있다.

 


공용공간 곳곳에 교류 바람하는 건축가 의도 담아

주택은 2층부터 시작돼 5층까지 총 4개층으로 이뤄졌다. 14㎡ 규모의 동일한 면적을 지닌 세대들이 층별로 7~8호씩 길게 늘어서 있다. 문정동 공공원룸의 공용공간은 건축가가 의도한 다양한 장치들이 숨어 있다. 1층의 커뮤니티실은 물론이고, 2층의 넓은 복도와 계단실, 개인수납창고와 공용세탁실에도 디자인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2층에 오르면 제일 먼저 시야가 확 트이는 복도에 놀라게 된다. 복도라기 보다는 넓직한 테라스가 될만한 규모다. 이곳에서 양갈래로 나뉘어 올라가는 계단은 마치 공중에 뜬 것처럼 설계되어 여러 층에서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다. 원하는 세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기도 하고, 일종의 골목길처럼 교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 보인다. 지극히 폐쇄적인 원룸스타일의 주거공간에서 마주치고 인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둔 것이다.

 


 2층에 올라서면 만나는 복도. 넓게 조성된 공간과 중간에 걸쳐진 계단실이 공간에, 활기를 주고 있다.

 

2~3층 세대의 복도 벽에 설치된 개인수납창고도 눈길을 끈다. 반투명 유리로 마감해 창고 안에 들어 있는 짐들이 희끗희끗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웃의 살림살이를 가늠하며 자연스럽게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생각이 담겼다.

공용세탁실을 가장 전망좋은 곳에 배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건물 앞 사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위치에 널찍하게 자리를 만들었다. 입주민들의 소통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14㎡ 규모의 원룸 전면에는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창호가 설치돼 있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입구쪽에 욕실이 위치하고 반대편에 주방이 마주보고 있다. 욕실에는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고, 주방에는 가스쿡탑과 개수대가 있어 1인가구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욕실문을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로 설계해 공간활용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1 1층 공용출입구 안쪽에 마련된 커뮤니티공간. 외부의 데크공간과 연계되도록 폴딩도어를 설치해 놓았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활용도를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다.

2 건물 안쪽에 마련된 데크마당. 커뮤니티공간과 연계해 입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실내면적은 동일하지만 층별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서비스공간이 제공된다. 2층과 3층 세대에는 벽과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개인 수납창고를 제공한다. 4층 세대는 별도의 수납창고가 없는 대신 개별 발코니가 제공된다. 최상층인 5층 세대에는 박공지붕 아래 죽은 공간을 활용해 다락방을 만들고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혁신 속 과제 남아, 커뮤니티 활성 방안 고민해야

문정동 공공원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표적인 신규 임대주택사업이다. 소득 한계 때문에 주거불안을 안고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유지를 활용해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거사다리를 제공하고, 소규모 임대주택을 건축함으로써 기존 마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석이조 정책이라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문정동 공공원룸은 지난해 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혁신적인 공공주택건축으로 이슈를 모은 바 있다.

 


1 14㎡ 면적의 세대 내부. 욕실과 주방시설이 제공된다.

2 욕실에 미닫이 문을 달아 좁은 공간에서 문을 여닫을때 겪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제도에서 소외돼온 만40세 미만의 저소득층 청년근로자 1인가구를 우선공급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맞춤형 임대주택이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다.

SH공사 강남권역통합관리센터 유석준 씨는 “공공원룸에 입주하면 주변보다 현저히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주거비용 지출이 크게 줄어든다”면서 “이곳에서 기반을 마련해 다음 단계의 주거로 상향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공원룸의 도입 취지”라고 밝혔다.

입주 1년차 문정동 공공원룸을 들여다 보면 추가적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없지 않다. 바로 관리와 운영, 커뮤니티 활성화 문제다. 현재 문정동 공공원룸은 상주관리인 없이 주1회 청소용역만 실시중이다. 입주민들이 인건비 부담을 전적으로 져야 하기 때문에 입주민 동의없이는 상주관리인을 두기란 쉽지 않다.

 


원룸 구조의 세대 내부. 전면에 넓은 창과 발코니 등이 제공되어 개방감이 좋다.

2 5층 세대에 제공되는 다락층.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해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3 방범 기능이 있는 창호를 적용했다.

 

SH공사는 입주민 스스로 자발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것을 권하고 있지만, 1년이 되도록 입주민모임 조차 꾸려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층 커뮤니티공간도 입주 이후 활용되지 못한 채로 잠긴 상태다. SH공사 입장도 난감하다. 입주 후 하자관리와 입주민 선정과 입퇴소와 관련된 업무만 수행할뿐, 입주 후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정동 공공원룸 입주민은 “1인가구의 특성상 폐쇄적인 생활과 불규칙한 출퇴근 등으로 인해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요즘 1인가구들이 관심을 갖는 헬스시설이나 카페 시설을 추가적으로 지원해준다면 휴식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일어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지역의 공공원룸주택도 문정동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SH공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달라져야 하고, 사는 사람들도 거주하는 공간으로 인식해 보다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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