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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회화’의 작가 황은화]
또 다른 시선이 주는 공간의 감칠맛

화가 황은화의 그림 앞에서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다.

그림 속 의자와 책상, 컵은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내 새로운 자각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2차원 캔버스 위에서 문득 돌출된 3차원 입체물이 마치 현실 속 공간에 들어선듯한 착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것은 일명 ‘공간회화’, 나아가 공간에 존재하는 여러 다른 시선을 드러냄으로써 작가가 의도하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작가가 제안하는 새로운 시선을 따라가며 공간의 감칠맛을 느껴볼 수 있음이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협조 엘렌킴머피갤러리 031-771-6040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Another View_대화 Wood Acrylic on Canvas 162.1×130.3×5.50cm×2ea 2010

 

 

자연과 만난 공간회화, 새로운 가능성 열어줘

유독 하늘이 맑던 12월 초순의 어느 날, 공간회화로 유명한 황은화 작가를 만났다. 양평 소재 엘렌킴머피갤러리에서 열린 ‘또 다른 시선’전에서다. 56점에 달하는 그녀의 작품들이 북한강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화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보다시피 이곳 갤러리는 자연을 향해 활짝 열려있죠. 그래서 고민이 더 많았어요. 과연 내 작품이 자연을 극복해줄 수 있을 것인지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정말 잘 어울려주고 있네요.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의 음영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시선을 만들어 주니까요.”

 


1 ‘Another View_빨간 공간’이 걸린 벽면 앞으로 낮은 테이블이 자리한 풍경. 북한강변의 겨울 정취가 그림에 투영되고 있다. 2 갤러리 잔디마당에 설치된 ‘Another View_피노키오의 코’

 

또 다른 시선. 그것은 황 작가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주제다. 선을 긋는 작업에서 시작해 평면, 입체를 오가며 집요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바로 다른 관점의 시선이다. 보는 시점에 따라 온전한 원이나 선의 형태가 드러나거나, 여러 시선이 교차하는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왔다.

 

이번 전시에는 2차원인 평면에 3차원 입체물을 붙여, 그려진 것이 실재처럼 보이게 하는 회화적 기법(일루저니즘)에 기초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예전 작업에서 주로 활용했던 선, 도형들이 이제는 의자, 책상, 집, 컵 등 구체성을 지닌 형상으로 드러났다.

 

‘빨간공간’이라는 작품에서는 붉은 캔버스 안에 의자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오로지 선으로만 표현한 의자다. 그렇지만 한쪽 모서리가 입체물로 툭 튀어나와 있다. 마치 실재 공간에 놓인 의자를 대면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 일면서, 현실 속 공간과 그림 속 공간을 넘나드는 사색에 빠져든다. 그녀에게 공간회화의 작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캔버스 위의 입체물은 모두 나무를 손수 다듬어 페인팅한 것들이다.

 


 설치작품 옆에 나란히 앉은 작가. Another View_책상 Acrylic on Plywood, 145x99.0x 14cm, 2010

 

 

미술은 시각적 철학, 공간에 그림이야기를 담고 싶다

“미술이라는 것은 시각적 철학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그림이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고 말을 걸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저 역시 사물을 보면서 사색한 내용을 작품에 담아요.”

작가는 컵이 그려진 작품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흔히 컵은 채우기 위한 용도로 쓰지만, 컵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비워있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시각의 전환이다. 의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휴식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비워있어야 한다.

 


캔버스 속 입체물은 나무를 손수 다듬어 페인팅 한 후에 붙인 것이다.

 

“어느 신부님은 제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람도 비워져야 된다고요. 비어야 담을 수 있다는 진리에 닿게 되는 순간이었죠. 어느 관람객은 화면 속 선이 바깥 공간으로 계속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어요. 그것이 제 의도에요. 선은 무한정으로 나아갈 수 있고, 공간 속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미술은 시각적 철학이라는 신념처럼, 그녀는 선과 입체뿐만이 아니라 색으로도 정면 승부하고 있는 듯싶다. 작가의 캔버스 화면은 단일한 색만으로도 따뜻함과 이야깃거리를 가득 보여준다는 점에서 묘한 구석이 있다.

 


 Another View_아름다운 문 Wood, Acrylic on Canvas 72.7×60.6×4.50cm 2010

 

앞으로 작가는 실존 건축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고 싶다. 평면에서 입체로, 다시 평면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건축 공간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전시장은 물론 거실, 복도, 룸 등 다양한 공간에 작품을 걸 수 있었던 이번 전시는 생활공간에서의 접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군다나 갤러리 스스로가 입맛에 맞는 작가를 선택한 것이 아닌, ‘평론가’가 뽑은 작가로 초대된 전시라는 점도 뜻깊다. 엘렌킴머피갤러리는 유명 미술평론가로 활약 중인 김성호 씨의 추천과 기획을 통해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 역시 기존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선으로 미술을 보고자 하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Another View_빛이 있는 공간 Wood, Acrylic on Canvas 116.7×90.9×4.50cm 2012

 


Another View_그림 속 집 Wood, Acrylic on Canvas 116.7×90.9×5.50cm 2009-2012

 


Another View_샘 Wood, Acrylic on Canvas 41.0×31.8×3.5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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