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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은 집]
갤러리 같은 다가구주택 신내동 아티젼

필름이 60년대에 멈춰버린 듯한 마을 새우개. 이곳에 모던한 디자인의 다가구주택 ‘아티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티젼은 노후된 마을의 침묵을 깨는 신축건물이라는 것 외에도, 쾌적한 공간 설계와 아름다운 외관이 돋보이는 새로운 디자인의 다가구주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아티젼, 아름다운건축사사무소(010-8867-3570)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얼마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지어진 다가구주택 아티젼의 전경. 도로와 접해 있는 동쪽의 입면이 조형미 넘치는 갤러리 외관을 연상케 한다.

 

 

오랜 규제에서 벗어난 마을 속 첫 변신을 꾀한 집

새우등처럼 구부러진 도로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을 갖게 된 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우개마을. 급격한 도시발전을 이뤄온 서울에서 유일하게 도로, 가스, 하수도 시설 등 기본적인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새우개마을은 6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박물관 같은 동네 중 한곳이다. 금세라도 지붕이 내려앉을 듯 위태로워 보이는 노후주택들이 즐비한 가운데 창고와 공장들이 혼재된 풍경은 주변 아파트단지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온갖 규제를 받아온 탓이다.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좀처럼 변화의 조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새우개마을에 오랜 침묵을 깬 첫 집이 등장했다. 얼마 전 새우개마을 안 중심 삼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다가구주택 아티젼이 그곳이다.

 


 3년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새우개마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신축 다가구주택의 남측입면이다. 오랫동안 노후된 채로 남겨졌던 마을의 변화를 모색하는 이정표 같은 주택으로, 4가구가 살고 있다.

 

장인을 의미하는 ‘아티젼(artisan)’은 집주인 김희진(59) 씨가 대표로 있는 조형디자인회사의 상호로, 마을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당호이기도 하다. 김 씨는 3년 전부터 130가구로 이뤄진 새우개마을의 추진위원회를 이끌며 마을의 도시기반시설사업에 필요한 특별교부금을 배정받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새우개마을에서는 2013년 12월 도로확장공사가 시작됐고, 머지않아 집집마다 도시가스가 연결되어 도시다운 면모도 갖춰나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변화를 주저하던 마을주민들에게 도시기반시설공사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아티젼은 최고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아티젼은 새우개마을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집이 된 셈이다.

 


 북측 입면. 도로변에서 서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다리처럼 넓어지는 대지의 형태에 맞추어 디자인했다.


도로에 접한 동쪽 입면에 세운 가벽은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건물 외관의 조형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1층부터 시작되는 중정은 계단실과 가구 내부를 관통해 하늘까지 뚫려 있다. 중정 주변은 공용마당으로 조성해 입주자들에게 오픈하고 있다.

 


 


 

 

빽빽한 고층아파트촌과 대비되는 갤러리풍 하우스

새 하얀 조형 조각처럼 서 있는 아티젼은 갤러리하우스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집주인이 건축가와 함께 1년에 걸쳐 차곡차곡 디자인 작업을 하며 완성한 집이라 더욱 세심함이 느껴진다.

집주인은 설계디자인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여러 건축사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새우개마을의 이력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집을 짓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1종 전용주거지역의 낮은 용적률과 건폐율을 잘 활용하는 동시에, 사다리꼴에 가까운 까다로운 대지에 집주인이 원하는 조형적인 주택을 그려내는 것에 어려움을 표했던 것이다.

 

단, 아름다운건축사사무소의 박인철 건축가만은 예외였다. 담장없애기, 옥상녹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요소들을 건축에 적절히 도입해 용적률을 높이면서도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실현했다. 그럼에도, 집주인은 일정부분 용적률을 포기했다. 150%로 제한된 최대 용적률을 모두 채워 4층까지 건물을 짓자니 일조권제한을 받아 형태가 이상해지고 주거공간의 기능이 취약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집주인의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는 1층 근생시설. 벽체를 최대한 줄이고 폴딩도어를 설치했을뿐 아니라, 바닥에 투명에폭시코팅을 해 훗날 업종변경에 대비했다.

 

결국 최종 선택한 3층 규모의 설계안은 주인세대는 물론이고 모든 임대세대를 남향으로 배치해 자연채광의 이점을 극대화한 평면으로, 동서로 긴 대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북쪽면에 접한 계단실과 세대 사이에는 1층부터 하늘까지 오픈된 중정을 두어 내부에서의 개방감을 한껏 높인 점도 집주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건축가는 외관 디자인에 적잖은 고민을 했다. 갤러리 느낌을 살려낸 일등 공신은 가벽이다. 도로변에 개방된 주택입면을 켜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 가벽은 건축물과 일체된 것처럼 보이면서 모던한 외관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집 내부에서는 가림막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 길게 뻗은 남쪽과 동쪽의 입면 디자인에도 밋밋함을 거부하고 변화를 주어 집의 외관을 한층 아름답게 완성했다. 또, 스타코플렉스를 단일 외장재료로 사용해 외관의 조형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집안에서도 자연의 변화와 외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중정. 2층 임대가구에서도 중정을 누릴 수 있고, 3층 주인세대에는 직접 나설 수 있는 데크가 있다.

 

 

집만큼은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지어야 한다

아티젼은 다가구주택이지만, 곳곳에 앞으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집 만큼은 미래를 내다보고 지어야 한다는 게 집주인의 철학이기도 했다. 건축 당시의 법 규정보다 높은 수준의 단열공사를 마다하지 않았고, 당장의 임대수익률에 급급해 거주환경의 질을 양보하는 선택도 거절했던 이유다.

 

1층은 1종근생시설로 계획하고, 현재는 아티젼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훗날 마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창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면을 폴딩 도어를 시공했을 뿐 아니라, 중정이 시작되는 1층 공간을 공용마당으로 조성해 입주자들에게 개방했다.

 


 임대가구 가운데 복층가구. 1층에 거실과 베란다, 주방이 자리하고, 2층에 오르면 2개의 침실과 욕실이 있다.

 

가구 계획을 할 때도 거주환경에 초점을 뒀다. 13가구에 이르는 원룸 계획을 포기하고, 1층의 건물 뒤편으로 진입하는 복층가구와 2층 2가구, 3층 주인가구 등 총4가구만을 들였다. 모든 가구가 남향집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각 가구들이 독립적인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티젼의 시도는 즉각적인 호응을 불러왔다. 임대가구를 내놓자마자 신혼세대가 앞 다투어 입주했다. 처음보자마자 건물에 반했다는 게 한결같은 이유였고, 살아보니 남향집이라 따뜻하고 공간이 쾌적하고 소음이 적다는 소감을 듣고 있다.

 


 


 다가구주택 아티젼 3층에 위치한 주인세대의 거실. 천장을 높여 개방감을 주었다.


집주인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마을 속에 신혼부부가 입주해 생활한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싶어 뿌듯한 심정이다. 아티젼을 건축하면서 자신의 욕심을 덜어내고 마을의 미래를 담는데 더 마음을 썼던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집은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지만 짓는 순간부터 공공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잘 이해한 그였다.

 

계속되는 지구개발로 빼곡한 스카이라인이 형성된 신내동에서 유일하게 여유로운 풍경이 유지될 수 있는 독립지역이 바로 새우개다. 그래서 미래가치가 충분한 곳이기도 하지 않을까. 마을의 장점을 살리면서 특색있는 건축물로 주목받게 할 수 있다면 마을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아티젼이 새로운 새우개마을을 만들어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1 주인세대 거실과 연결된 동쪽 테라스다. 가벽을 세워 도로변에서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했다. 2 잔디를 심고 데크를 깔아 놓은 옥상. 유리로 둘러싸인 곳이 중정이다. 중정에 천창을 달지 않고 비와 눈이 1층까지 그대로 떨어지게 해두었다.

 


 주인세대의 안방. 전용 욕실이 있고 안방에서만 나갈 수 있는 작은 테라스가 자리한다. 벽에는 기능성 황토타일을 붙이고 천장에는 나무를 붙여 건강한 침실로 꾸몄다.

 


복도에서 주방을 거쳐 거실로 이동하는 동선을 지닌다. 동쪽과 남쪽에 테라스가 있어 개방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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