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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교수의 도시건축 이야기]
중국의 고대건축과 현대건축에 대한 단상

30년 전만 해도 유럽과 미국을 아는 것이 세계를 아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알아야 세계를 제대로 아는 세상이 됐다.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거나 연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도시와 건축을 체험하는 것도 유용하다. 유럽 건축을 통해 유럽 문명을, 미국 건축을 통해 미국문명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문명이 이룩한 도시와 건축을 살펴봄으로써 문명에 대한 직접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글·사진 김석철(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석좌교수·명예건축대학장,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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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곡부에 위치한 곡묘의 모습.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기번은 25년 동안 로마를 공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포로로마노에 가서 느꼈다고 했다. 도시와 건축의 현장은 나라와 민족의 상형문자라 할 만큼 중요하다. 중국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만 중국의 도시를 방문하면 더 쉽고 정확하게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단순한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유럽 전체보다 크고 다양하고 역사가 깊은 중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하나의 세계로 보아야 한다. 13억 인구의 중국대륙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보다 다섯 배나 크고, 세계 문명을 주도하는 유럽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문명국가다.

 


 포로로마노의 모습

 


한족이 만든 원중국과 이민족이 만든 대중국

중국이라는 대국가는 크게 두 개의 중국으로 구분해야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한족을 중심으로 한 원(元)중국이다. 원중국은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황하의 고대 문명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시대에 완성돼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이어온, 중국 고대 문명이 지배해온 영역을 말한다.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나라,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받아들인 한나라, 삼국시대와 5호10국의 내란을 거쳐 당나라 때 세계국가가 된 원중국이 바로 중국의 원형이다.

 

또 하나의 중국은 이민족인 만리장성 바깥 나라들이 중국을 점령·통치한 중국으로, 몽골의 원나라와 만주족의 청나라가 원중국의 영토를 2배 가까이 넓힌 대(大)중국이다. 신장, 티베트, 만주, 몽골 등 만리장성 바깥 나라들을 포함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이루고 있는 나라가 현재의 대중국이다.

 


여름정원인 베이징의 이화원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건축물인 천단의 모습

 

중국 건축을 알려면 원중국과 대중국의 건축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중국 건축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중국 문명이 유럽 문명과는 다른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유럽 문명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개혁하고 기독교 문명의 세계화를 이루고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거쳐 오늘의 현대 문명으로 진화했다. 이와 달리 중국은 2500년대에 걸쳐 완성된 고대 중국의 문명이 거의 그대로 근대까지 유지됐다.

 

아편전쟁 때 서구 열강이 중국을 침략해서 개방을 강제했다. 강제 개방된 상하이, 톈진, 홍콩, 샤먼, 마카오 다섯 항구에서 중국의 근대화가 시작됐다. 아편전쟁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춘추전국시대의 문명이 그대로 반복돼 왔고, 건축과 도시는 하·은·주의 고대 왕국과 춘추전국시대의 것들이 그대로 한나라, 당나라로 이어졌으며, 몽골과 청나라가 지배한 500년 동안에도 원형이 유지됐다. 결국 중국 건축을 안다는 것은 중국의 고대 건축을 아는 것이며 현대 중국 건축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우는 쑤저우

 

 

고대건축을 보존하는 유럽과 새집을 짓는 중국

중국에서 도시와 건축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나 그리스 신전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고, 페르폴리스 궁전, 크레타섬의 유적, 로마의 포로로마노는 원형을 추측할 수 있을 만큼의 잔해가 있다. 독일의 쾰른 대성당은 600년 동안 지어졌지만 진시황이 지은 세계 최대의 궁전인 아방궁은 2년 만에 완성한 것을 항우가 석 달 동안 불태워 없앴다.

 

서양의 건축은 위로 쌓는 조적조의 집이다. 하나하나 쌓아 올리기 때문에 집 위에 집을 덧지을 수 있다. 런던의 세인트폴 사원은 옛 사원 위에 덧지은 건축이고, 베드로 성당 아래에도 옛 사원이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세워진 집 위에 집을 덧짓고 집의 용도를 바꿔 1000년 동안 다시 사용한다.

건물의 외피인 피라미드나 판테온의 대리석 등은 뜯어서 다시 사용했지만, 원래의 건축물을 파괴한 뒤 새로 짓지는 않았다. 유럽 사람들은 인간이 사는 도시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옛 건축과 현대 도시의 공존은 그들에게 큰 자랑이다.

 


1 영국의 세인트폴 사원  2 페르폴리스 궁전의 모습  3 크레타섬에 위치한 크노소스 궁전의 모습

 

그러나 중국의 고대 건축 가운데는 온전히 남은 것이 거의 없다. 중국에서 도시와 건축은 영원의 대상이 아니다. 아방궁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다. 중국은 새로운 도시를 지을 때 이전 도시의 건축들을 뜯어간다.

 

중국 건축은 목재조립식이기 때문에 옛집을 분해해서 그 부재로 새집을 지을 수 있다. 당나라가 장안성을 지을 때도 수나라 장흥성의 건축물을 해체해 옮겨갔다. 중국은 목재를, 유럽은 석재를 건축의 주재료로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중국인과 유럽인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건축의 경우 유럽 대륙에서 떨어진 영국에서조차 고딕 건물은 같은 건축양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르네상스나 바로크 건축양식 역시 비슷하다. 로마네스크의 경우는 프랑스 남부에서 성행했으나 유럽 중부지방까지 같은 시대양식이 반복됐고, 고딕 역시 전 유럽이 같은 영향 아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특정 사상과 정치이념이 전역을 지배했다기보다 중국을 크게 동과 서, 남과 북으로 나눈 지역적 분계가 건축의 범주를 구분지었다. 서양 건축사에서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 등의 시대가 중요한 흐름인 데 비해 중국에서는 근대화 이전까지는 역사적 구분보다 지역적 구분이 더 완고하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베이징올림픽 당시 국가상징물로서 지어진 것이다.

 

 

잠재력 있는 중국 건축가들의 성장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건축 가운데 고대 중국 건축의 흐름이 현대화한 것은 없다. 그리스·로마 건축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로 진화하면서 발전한 것과 같은 문명의 진화에 속하는 현대건축이 중국에는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도시는 서양 건축의 아류인 미국과 유럽 건축의 모조품이 휩쓸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21세기의 현대 중국 건축이 아니라 아편전쟁 때 물밀듯이 들어왔던 유럽 열강처럼 세계건축 트렌드의 무분별한 상륙만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중국의 현대건축물 중 하나인 베이징 오페라하우스

 

중국은 잠시 사라졌지만 중국인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중국인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 것이요, 중국인이 있는 한 대중국은 영원할 것이다. 현재 중국 현대건축계는 장사꾼들이 판치는 보잘것 없는 상황이지만 잠재력 있는 중국의 건축가들이 성장하고 있다. 그들의 어깨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등장하는 건축가들에게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아편전쟁 같은 치욕을 자초하지 않고 자기 문명의 위대한 진화를 시도할 때 중국은 다시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1 상하이의 현대건축군 2 충칭의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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