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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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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땅, 빛, 바람, 물, 경관과 소통하는 집 P House

서판교에 자리한 P하우스는 독립된 2가구가 사는 다가구형 단독주택이다. 건물과 빛, 바람, 땅, 물 사이의 소통을 시도한 댓가로, P하우스는 살림집으로서 최적의 컨디션을 갖췄다. 첫 봄을 맞는 설렘으로 가득한 P하우스 속으로.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유토포 [어반 토플리지] www.urbantopo.com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P House

Architects u.topo [urban topology]

대지위치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용도 단독주택 (2가구)

대지면적 272.4㎡

건축면적 135.75㎡

연면적 294.67㎡

조경면적 28.42㎡

건폐율 49.83%

용적률 89.86%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현무암벽돌, 알루미늄패널, IPE목, 티타늄 아연판

내부마감 비닐페인트, 온돌마루, 자작나무패널(계단실)

설계기간 2013. 1.- 2013. 4.

시공기간 2013. 4.- 2013.10.

설계사무소 유토포건축사사무소㈜ 김태영+김현준

설계팀 전재영 실장

협력업체 미래 SDG(구조), 자람앤수 엔지니어링(전기/기계)

시공 이안 R&C 이병욱 소장, 김형진 차장, 조은총 대리 

 

# 정원 있는 집을 꿈꾸다 

판교에서 첫 겨울을 보낸 P하우스에는 봄의 생동을 알리는 화초와 나무들이 빼곡하다. 남쪽으로 활짝 열린 정원은 각종 화초들을 심어볼 요량으로 흙바닥을 그대로 살려 두었다. 흙마당과 거실 사이에 자리한 온실에는 겨우내 충전을 마친 화분들이 봉긋한 봉우리를 맺고 있다.

 


 남쪽으로 열린 정원을 만들었다. 잔디정원이 아닌 화초와 수목을 가꾸는 정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흙마당을 그대로 살려 두었다.

 


 빗물을 조경수로 활용하기 위해 옥상층에 경사를 설정해 우수를 집수한다. 옥상화단 외의 공간에 데크를 깔아 안전과 활동성을 꾀했다.

 

이제 막 60대에 접어든 집주인은 더 늦기 전에 ‘꿈꿔온 일’을 해보기로 작심했다. 마당있는 집에서 수목과 화초를 마음껏 가꾸며 사는 꿈이다. 지난해 초 건축를 의뢰받은 건축가가 그녀의 먼저 살던 아파트에 당도했을 때, 베란다는 이미 각종 식물들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화초와 수목에 대한 건축주의 애착과 꾸준한 연구는 오늘의 P하우스를 실천에 옮기게 된 뒷심으로 작용한 셈이다.

 


정원과 거실 사이에 마련된 온실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활동성을 높였다.

 

# 단독주택에 거는 희망과 기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춥네요.”

35년간 아파트생활을 했다는 초로의 그녀가 단독주택에서 보낸 첫 겨울이 따뜻했다며 안도한다. 그녀는 이 집을 지으면서 나름대로 편리했던 아파트 생활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을 터다. 건축가는 그녀의 희망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다음의 만만치 않은 요구 조건들을 설계에 충실히 반영했다.

 


1층 거실 전면부는 정원을 향해 오픈되어 있다. 이중으로 창호를 설치한 온실공간이 실내기후조절에 도움을 준다.

 

- ㅁ자형 정원 대신 최대한 햇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트인 정원을 만들어 줄 것

- 실내 자연채광을 최대한 유입하고 지하층의 적정 일조량 및 환기를 고려할 것

- 화초와 관목을 심을 수 있는 옥상 정원을 만들어줄 것

- 방수 및 결로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할 것

- 1층 마당을 위한 정원수는 우수(빗물)을 활용할 것

- 외벽은 무난한 벽돌재료를 사용할 것

-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화할 것

- 7개월로 공기를 제한하고 한정된 예산에 맞춘 실용적인 디자인을 고려할 것

 


 마을 내 도로에서 바라본 P하우스. 건물을 파고든 중정 때문에 마치 두 채가 연결된 듯한 이미지를 준다.

 


 마당을 감싼 형태로 자리한 ㄱ자 집. 입면을 오픈해 남향의 빛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 한옥 채 나눔에서 얻은 아이디어

P하우스는 판교에서 흔히 목격되는 ㅁ자형 정원 대신 최대한 햇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트인 정원을 두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안으로 가둔 ㅁ자 정원보다는 화초를 키우기에 유리한 정원을 모색한 것이다. 마침 남쪽은 보행자 전용 길과 만나고 있어서 마당을 오픈하는데 다소 부담이 적었을 듯싶다.

집은 ㄱ자 형태로 정원을 감싸고 있는데, 높이가 다른 경사진 지붕이 가운데로 모이면서 경쾌한 느낌을 전한다. 경사 지붕은 빗물을 흘려 방수의 기능을 돕고, 1층 정원과 옥상정원에 빗물을 모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정원을 바라보는 남쪽 입면이 유리 창호를 통해 한껏 열린 포즈를 취한 것과 다르게, 나머지 입면은 최소한의 창만으로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행자전용 길에서 만난 P하우스는 모노톤의 풍경처럼 자리한다. 창 마다 돌출된 검은 테두리를 둘러 조형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건축가는 각 방들을 마치 한옥의 채처럼 움직이고 미끄러뜨려 외부와 닿는 면적을 늘리고,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이공간에는 햇빛과 닿고 환기가 되는 면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했다고 한다. 밖에서 볼 때 집은 4개의 매스로 나뉘게 되고, 사이공간들에는 ㄷ자형의 중정이나 ㄱ자형 입구가 들어서 있다.

 


 집안 구석구석 햇살이 들이치는 2층. 한낮에는 조명이 필요없다.

 

 

# 사이공간의 활약이 돋보이는 집

P하우스의 1층과 지하층은 건축주가 사용하고, 2층은 독립된 가구로 출입구가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가구를 분리하자 건축비의 상당부분이 전세자금으로 해소될 수 있었다. 판교의 독층 전세금이 3~4억원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방과 방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공간이 비로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한낮의 P하우스 실내는 자연채광으로 밝은데, 집안으로 파고든 사이공간은 집안에 다채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장치로 활약 중이다.

 


1 현관을 거쳐 1층 실내로 들어서면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실이 시작되고, 왼쪽으로 꺾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주방을 만난다.

2 1층세대와 2층 세대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계단실이 P하우스 내부에 자리한다.

3 2가구가 사는 P하우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세대의 출입문이 보인다. 계단실을 통해 2층세대로 올라간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빛을 머물게 하는 빛우물이 되기도 하고, 집안의 공기를 바꾸는 환기장치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 관목과 담쟁이 넝쿨을 조망하는 녹색정원인가 하면,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는 보안장치이기도 하다.

남쪽 정원을 향한 1층 거실의 전면부는 온실을 통해 건너오는 빛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2층 거실은 천창처럼 파낸 다음 자연광 느낌이 나는 광천장을 설치해 분위기를 돋았다. 지하층에도 선큰을 조성해 빛과 바람을 불러들인 점이 엿보인다.

 


 


1층의 안방. 적절한 높이의 창 계획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

 

 

# 빛, 바람이 드나들며 생명을 키우는 집

집안의 살림살이는 수십년씩 사용하던 것들이 대다수다. 아파트에서 새 집으로 이사 올 때 작은 의자 하나조차 버리지 않았다니, 섣불리 낭비하지 않는 집주인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집짓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은 설계에 반영하고 싶은 희망사항을 정확히 세워놓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산을 맞추어 나갔다. 이중단열과 고효율 창호를 적용하는 등 집의 기능과 성능에는 투자하면서도, 수입재료 대신 국내 브랜드 제품 중에 품질 좋은 것들을 골라낸 게 유용했다. 건축주의 의지와 건축가의 아이디어, 시공자의 노력이 만나 가능할 수 있었다.

 


 채광을 끌어들여 쾌적하게 공간을 조성한 지하층은 주인세대가 사용한다.

 

건축주는 무난한 집을 원했다고 말한다. 가장 무난한 벽돌로 치장하길 원했고, 밝은 햇살과 바람이 드나드는 집이길 원했다. 그렇지만 P하우스는 특별한 집처럼 보인다. 물과 바람, 빛, 땅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건축주가 지닌 삶의 연륜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4살 먹은 손녀아이가 마당에서 땅을 파고 한참씩 노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집 지은 보람이 더 커지죠.”

마당 구석구석에 생명을 심고 가꾸고 싹틔우는 나날들, 건축주의 아름다운 노후가 그려지는 P하우스다.

 

[plus page]


건축가 Talk 김태영+김현준

P하우스를 이해하는 몇 가지 기준

 


 

about 외장재료의 선택 기준

건축주는 벽돌집을 원했다. 벽돌은 이미 검증된 외벽재료라 할 수 있다. 다만 벽돌이 수분을 흡수했다가 내뿜으면서 하얗게 자국이 생기는 백화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습한 여름철 시공시 문제발생의 여지가 컸다. 그래서 찾은 것이 현무암을 잘라 만든 다공질의 벽돌이다. 외부계단에 쓸 정도로 강성이 있고 백화현상이 없었고, 가벼운 만큼 시공도 수월했다. 시각적으로 짙은 회색의 다공질이 획일적이지 않으면서도 일체화된 느낌을 주어 만족스럽다.

육중한 벽돌벽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정원, 중정, 출입구에서 가벼운 재료들로 바뀌면서 유연한 느낌을 주게 된다. 출입구에는 이빼목을, 남쪽 입면에는 알루미늄 패널을 붙였다.

 

about 환경과 반응하는 장치

해외에서의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P하우스 설계에서도 환경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다. 해외에서는 환경컨설턴트가 초기 건물 디자인부터 참여해 환경과 디자인의 관계를 함께 풀어나갔지만, 한국은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P하우스에는 환경과 디자인의 관계를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우선 이 집은 구조체 전체를 감싸는 이중단열을 실시했다. 콘크리트 구조체에 포함되는 벽, 지하층 바닥, 옥상까지 내외부를 보온병처럼 감쌌다.

또, 외부재료와 디테일이 우리나라의 기후와 공기오염 등에 오랜 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초기단계부터 계획했다. 현무암 벽돌벽은 특히 돌 차체의 축열성능 때문에 실내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about 개구부의 디자인

P하우스는 굉장히 밝다. 낮 시간엔 조명이 없어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다. 개구부는 자연광과 환기, 에너지 절약, 프라이버시를 모두 고려해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문을 닫았을때의 각방의 환기, 문이 열렸을때 전체적 환기를 고려했고, 일조량 분석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구부의 향, 크기, 위치를 조율했다.

 

또한 여름과 겨울철의 기온변화에 적극 반응할 수 있는 창호를 계획하고 적용했다. 특히 P하우스에 적용된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는 알루미늄 프로파일 중간에 플라스틱을 넣어 열전도 현상을 막아주고 있어 열효율 면에서도 마음에 든다. 하드웨어가 튼튼하면서 형태적으로 심플하고 얇은 제품이어서 미니멀한 표현을 하기에도 좋다.

P하우스에 기계식 환기장치는 없다. 너무 기밀해서 공기가 안 통하는 건축은 여전히 의문이다. 기계적인 것이 이끄는 건축을 하다보면 즐거움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bout 도시경관과의 조화

판교는 자유롭게 건축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건축이 전체적인 도시 맥락에서 보면 좋지 않다. 좀 더 규제하고 좀 더 비슷한 재료를 쓰게 해야 한다. 건축가는 그 제한 속에서 할 일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P하우스가 경관과 어우러지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재료를 최대한 조용하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또, 매스를 여러 개로 나뉘어서 한 집이지만 마치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

그밖에 벽돌에 있는 창은 창으로 읽히는 게 아니고 오프닝으로 읽혀지길 바랐다. 유리창이 아닌 특정한 개구부처럼 느껴지도록 돌출된 검은 테두리를 두른 이유다.

 

김태영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치고 기오헌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실무를 익혔다. 2002년부터 런던에 거주하며 런던대 바틀렛 건축학교의 디자인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다국적 기업 겐슬러에서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호텔, 주거, 오피스 등의 복합시설의 마스터플랜 및 건축프로젝트에서 리드 디자이너이자 시니어 어소시에이트로 근무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에 재직중이다.

 

김현준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치고 대림산업에서 연구 및 실무 후 2002년부터 런던에 거주하며 AA스쿨의 디플로마 과정을 마치고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영국왕립건축사를 취득했다. 겐슬러, SOM, Tony Meadows Associates에서 프로젝트 건축가로 활동했다. 현재 국립강원대학교 건축과에 재직 중이다. 건축과 도시 환경디자인 리서치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과 환경의 통합 디자인 프로세스에 집중하고 있다.

두 사람은 유토포 [어반 토폴로지]의 고문으로서 도시적 영역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위상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론으로 건축, 예술, 도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www.urbanto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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