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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제2의 인생을 일군다]
광대섬 노부부의 힐링 라이프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 사자 한 마리가 포효하듯 앉아 있다. 

섬이 많아 더욱 아름다운 진도 해역에서 만난, 전체면적이 3만5000평 남짓한 광대도.

그 섬에는 아담한 이층집과 단층 건물 두어 채만이 존재할뿐, 발길 내딛는 곳마다 태고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남아 있다. 

25년 전 광대섬을 매입해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부부는 지난해 비로소 섬에 살림집을 짓고 본격 이주했다. 그러고는 차곡차곡 준비해온 꿈을 실행하고 나섰다. 

광대섬에서 펼쳐질 노부부의 인생 2막이 기대된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바다에서 바라 보이는 광대도의 외부 모습. 마치 사자가 고개를 들고 앉아있는 듯한 형태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새벽부터 서울에서 자동차로 달려 맞이한 전남 진도군 쉬미항의 아침은 평온하다. 키 낮은 살림집과 음식점, 카페, 잡화점이 딸린 건물 몇 채만이 항구를 지키고 있다. 목포에서 출발해 쉬미항으로 들어온 배를 타고 목적지 광대도로 향했다.

 

배를 기다리는 사이 뜻밖에 광대도의 이웃이라는 주지도 섬주인을 만났다. 본가인 인천과 주지도를 오가며 노후를 보낸다는데, 뒤늦게 안 그의 나이가 무려 80세 남짓. 전국의 섬을 다 뒤지고 다녔다는 그가 알려주는 정보에 귀가 쏠깃해진다. 전라남도 지역에 유독 개인소유 섬들이 많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경매시장에서 ‘섬’은 인기 테마다. 작은 무인도들이 매물로 나와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가 관리 중인 전국 무인도 2421개 섬 중에서 절반이 넘는 1270개가 민간 소유라고 한다. 이미 15년 전 섬을 매입했다는 주지도 주인은 일찍이 섬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쉬미항에 광대섬으로 가는 배가 들어오고 있다. 광대도까지 30분 남짓 걸린다.

 

 

25년 전 섬 매입,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섬생활

그렇다면 이 부부는 그 누구보다도 일찍이 섬의 진가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바로 광대섬 주인 강호영·김정숙 부부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2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광대섬을 매입하고 노후를 꿈꾸기 시작했다.

 

 

25년 전부터 광대도에서의 노후를 꿈꾸고 준비해 온 강호영·김정숙 부부. 오래전, 오늘을 기약하며 심어 놓은 벚나무가 활짝 개화했다. 

 

“첫 눈에 반했어요. 너무 예뻐서요.”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태고의 모습 같은 신비로움이 남아있다며, 광대섬 투어를 재촉했다. 3만5000평 남짓한 섬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사자가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은 섬의 바깥 얼굴이다. 기암괴석들이 위엄과 힘을 자랑하듯 웅장하게 펼쳐진다.

 

반대편 해안가는 말굽처럼 안으로 완만하게 굽어 아늑한 기운이 흐른다. 부부의 집은 말굽해안의 가운데 앉았다. 집 뒤 산자락에는 희귀한 약초와 야생화 군락이 뒤덮여 있고, 집 앞으로는 썰물 때마다 고운 모래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선의 길이는 약 4.5km로 2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말굽처럼 온화하게 굽은 해안가를 산책 중이다. 섬 생활을 하면서 식구가 되어버린 진돗개가 따라나섰다. 광대섬의 전체 해안선 길이가 약 4.5km에 이른다.

 

“어린 남매를 데리고 여름마다 섬에 들어왔어요. 모래사장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20년 후, 30년 후 이곳에 살게 될 날을 꿈꿨으니, 얼마나 오랜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렸을지 상상이 되시죠?” 

 

부부는 오늘이 있기까지 중간 중간 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장관을 이루는 동백나무 군락도 17년 전 심어 놓은 것이다. 섬 중턱에 활짝 개화한 벚꽃나무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본격적인 이주를 준비한 것은 2014년 말이다. 두 사람이 지내기에 적당한 20평 남짓한 주택을 지어 지난해 늦가을 입주했다.

    


외부의 모습과 달리 말굽처럼 굽은 광대도의 안쪽 해안가. 바다 가까이 부부의 이층집과 해양관광연구소로 쓰일 단층 건물 한 채가 다소곳이 자리한다.

 

 

2층 아내의 방과 단을 낮추어 깊숙이 배치한 다실. 

빛과 형태가 어우러져 명상하기에도 좋다.

 

 

1 살림집 내부 계단실 모습이다. 벽면을 활용해 가로와 세로로 긴 창을 내어 채광과 전망을 확보했다. 2 2층에 마련한 부부 욕실. 샤워실을 내부에 두고 세면대는 밖에 두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바다체험활동 가능한 힐링섬 만들고파

주택 앞 폐교가 있던 자리에는 ‘김정숙해양관광연구소’를 만들었다. 아내 김 씨는 섬 박사다. 20대에 유학차 살았던 일본에서 섬을 활용해 청소년들의 해양활동을 적극 유도하는 현장을 보고 느낀 바가 컸던 아내는 결혼 후 남편과 뜻을 함께 해 광대섬을 매입하며 본격적으로 해양 공부에 돌입했다. 세종대학교에서 해양관광학으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지난 15년간은 전국 방방곡곡의 섬을 답사하고 연구하며 광대섬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왔다. 현재 그녀는 한국도서(섬)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목포대에서 해양관광분야의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매진 중이다.

 

“우리는 바다가 좋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해양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광대섬은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지닌 섬이에요. 우리가 이 섬에서 얻은 감명과 힐링의 시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옛 폐교 자리에 아담하게 만든 김정숙해양관광연구소. 이곳을 기지로 광대섬의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부부가 구상하는 궁극적인 섬은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친환경 무공해 힐링 테마가 있는 섬 관광지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바다체험활동이 펼쳐지는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섬을 만들자는 포부에 차 있다. 그렇지만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짧은 시간에 무차별하게 개발하는 방식은 거부한다.

 

지금 부부는 섬을 탐색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일년에 몇 차례 들렀던 섬과, 그 안에 살며 느끼는 섬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섬의 특성은 물론이고 자생하는 생물들과 사계절의 변화도 직접 관찰하며 섬의 속살을 제대로 보겠다는 의지로, 오늘도 섬과 하루를 시작한다.

 

 

산에서 채취한 봄나물과 직접 기른 파, 채소들로 야외 식탁을 채웠다.

 

 

섬 생활로 몸도 정신도 행복해져

섬 생활을 시작하자 부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결 건강해졌다. 목표가 있으니 할 일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남편은 미니 굴삭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힘 써야 하는 일들을 처리해준다. 그러다가도 홀연 해안가로, 섬 어딘가로 헤집고 들어간다. 

 

그의 곁에는 두 마리의 진돗개, 광대와 산월이가 따라다닌다. 남자에게 섬은 놀이터나 다름없어 보인다. 자연의 순리대로 사니, 남편이 도시에서 겪던 고지혈이니 고혈압이 알게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1 다실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맑은 밤이면 창 너머로 은하수가 보인다. 2 남편이 세워준 나무판에 섬 지도를 직접 그리고 있는 아내

 

아내는 육지에서 구해 온 페인트로 섬 지도를 직접 그린다. 그녀를 칭찬하며 추임새를 넣어주는 남편 덕에 아내는 의기양양해진다. 재봉틀을 잘 다루는 아내는 집안의 커튼도 직접 감을 떠다 손수 만들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를 바라 볼 때면 여린 감성이 살아난다. 여자에게 섬은 소녀의 꿈을 간직한 곳이 아닐까. 그녀 역시 자연의 순리대로 살다보니 순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이렇게 하루 종일, 두 사람은 섬을 종횡무진하며 때론 의지하고 때론 티격태격하며 한 발자국씩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섬 생활은 늘 떠남과 기다림이 있다. 남편에게 섬은 노후에 맞이한 인생의 놀이터다.

 

지난해 부지런히 심어 놓은 과수들이 용케 겨울을 나서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보인다. 살구, 사과, 배나무, 청매실, 홍매실, 꾸지뽕, 무화과가 수천그루다.

 

“섬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에요.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가리는 것 없이 다 해야 돼요. 인생은 욕심을 안내고 정성을 다해야 비로소 풀리더군요. 뭐가 안 될 때는 자기를 뒤돌아보고 이 상황에서 내려놔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요. 정성을 다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지죠. 답이 온답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광대섬에 온 것이고요.”

 

광대섬이 있으므로, 남들에겐 황혼인 시기가 부부에겐 새로운 인생 2막이 된 듯싶다. 지난 60년간 터득한 삶의 지혜와 해법이 행복한 기운이 흐르는 광대섬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광대섬을 모두의 니르바마(행복) 섬이 되도록 만들어 낼 겁니다. 가을에 무화과 먹으러 놀러 오세요.”

 

 

광대섬에서 바라본 저녁 바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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