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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나라 일본]
내진주택도 진화한다

지난 4월14일 시작된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진은 같은 규모였던 1995년의 고베대지진에 비해 인명이나 주택의 피해가 훨씬 적었다. 물론 대도시와 지방도시라는 도시의 규모차이에도 기인하는 부분이 있지만, 지진에 견디는 보다 튼튼한 주택을 지으려는 노력도 한몫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일본의 지진대응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글·사진 최승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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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14일. 일본 큐슈의 구마모토현에서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했다. 큐슈지역엔 그 후 며칠 동안 여진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재산 피해도 집계가 힘들만큼 엄청났다. 여진이 잦아들면서 큐슈는 이제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지진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본인들에게 지진은 일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다. 가장 두려운 일상이 곧 지진이다. 하지만 지진뿐만 아니다. 태풍과 해일 등의 자연재해도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이 섬나라를 비껴가지 않는, 그래서 일본인들이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이 ‘신들의 나라’가 된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집도 이런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주택이 고층보다는 저층이고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보다는 목조 건물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낮게 지을수록 지진에 무너질 확률이 낮고, 콘크리트보다는 목조건물이 흔들림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고층 맨션을 제외한 일반 주택은 대부분 목조주택이다. 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없진 않다. 무엇보다 화재에 취약하다. 에도시대에도 일대를 불지옥으로 만들었던 대형 화재를 비롯해 크고 작은 불이 일본인들을 괴롭혔다. 물론 현대에 와서 불에 취약하다는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

 

일본인들이 고층의 공동주택보다는 저층 주택이나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 또한 이 나라가 지진의 나라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목조주택의 진화

일본 단독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조주택은 지진에 가장 안전한 주거용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지진학자들은 지구상에서 발생한 수많은 지진들의 사례 조사와 대규모 실험을 통해 목조건축물의 내진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목재는 진동 감쇠 능력이 우수하고 구조체가 가벼워 지진 피해가 가장 적게 발생한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일본 단독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조주택은 지진에 가장 안전한 주거용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지진피해 조사 결과 대부분의 목조건축물들이 최대 지표면 가속도 0.6g를 웃도는 아주 강력한 지진에 노출된 경우에도 심한 구조적 피해나 붕괴뿐만 아니라 사상자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더욱이 내진설계가 잘 된 현대식 목조건축물은 육안으로 관찰되는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내진성능을 보여주었다.

 

이젠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목조주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지진 걱정 때문이 아니라 목조주택의 다른 장점들이 크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단독주택뿐 아니라 도심 인근의 단지형 주택 또는 타운하우스 등도 목조로 시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집도 예전엔 목조주택이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목재가 군수물자로 사용되고 산업화 과정에서 철골과 콘크리트가 대량 공급되면서 한국의 집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목조주택의 유익함이 알려지면서 비싼 고급 주택으로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일본의 목조주택은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길을 걸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이 나라에 특화된 주거형태였던 까닭에 그들의 필요에 따라 공업화주택으로 진화했다. 재난에 안전한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주택을 찾아나선 결과였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주택산업계에는 한가지 눈에 띄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주택의 공업화에 열을 올리는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으로 소실된 주택이 많았고 전국적인 주택난이 심각한 지경이었다. 그 대안이 공업화 주택이었다.

 

그 결과 각 지역의 단독주택 전문 건축회사에서 주로 지어왔던 단독주택들이 대형 주택건설사가 공급하는 공업화 단독주택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형 주택건설사인 미사와홈, 세키스이 하우스, 다이와하우스공업, 스미토모린교, 미쯔이 부동산, 다이토겐타쿠 등이며 공장 생산 후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 공업화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각 건설사들은 저마다 자사만의 장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미사와홈은 ‘목질 패널 접착 공법’을 채용하고 있는데 건물 전체의 구조가 일체화 되어 지진에 강한 주택을 공급한다. 고단열, 고기밀, 고내구성의 뛰어난 독자적 생산기술 시스템을 갖추고 목조주택 공급 호수 최고의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세키스이 하우스는 프리패브 등의 제조공장을 갖추고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대량공급에 나서고 있다. 원래 사유림을 소유한 임업회사였던 스미토모린교는 연간 1만여 동 이상의 주택을 짓는다. 통상 한 사람의 목수가 보통 연간 6~8동의 주택 밖에 지을 수 없는데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약 1200명의 목수와 연계해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목조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패브’, 즉 ‘미리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주택메이커는 1976년부터 프리컷 기계를 개발해 전통적인 목조 축조 공법의 기둥과 보, 도리 등 부재와의 접합부를 기계로 가공하고 있다. 

 

그것들을 현장으로 이송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집을 짓는다. 일본 프리패브 공법의 특징은 먼저 일부 철골계 축조 공법의 프리패브를 제외하고는 기둥(골조)이 없는 벽식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벽, 바닥, 지붕 등의 패널 생산에는 접착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프리패브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면진 맨션의 탄생

이들 업체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단열, 고기밀, 태양광 발전 시스템 및 고효율 온수기 장착 등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 대지진 등 자연재해를 대비한 안전대책과 주택 성능 향상, 환경에 대한 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본 100년의 수명을 보장하는 ‘장수명(長壽命) 주택’도 선보였다.

 

장수명 주택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고성능과 쾌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자산 가치도 유지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건물의 내구성이 높음은 물론, 가족구성원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다 에너지 절약형이어야 하고 친환경적이어야 하며 정보 사회에 적응이 가능한 첨단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어야 진정한 장수명 주택으로 인정된다.

 

목조 단독주택들이 지진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면 고층 맨션은 어떨까?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여전히 고층 맨션에서의 삶에 불안을 느끼고 있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다.

 

 

 

 

▲면진(免震) 기술을 이용한 단독주택과 고층맨션. 면진(免震)은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가 지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구조물을 땅에서 완전히 띄워 놓으면 지진 피해는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원리다.

 

1995년 1월 17일, 리히터 규모 7.2의 대형 지진이 휩쓴 일본 고베시. 도시 고속도로가 완전히 파괴되는 등 폐허가 되었지만 지진 발생의 중심지에서 20㎞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건물 두 동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 비결은 면진(免震) 기술이다. 이 건물들은 설계와 시공에 그 기술이 적용되었던 것이다. 그 후 지진 발생 시, 지진 충격으로부터 구조물이 견디거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는 첨단 기술인 면진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지진에 대비하는 건축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진력에 저항하도록 기둥·철근 같은 구조물을 최대한 튼튼하게 설계하는 내진(耐震), 건물 상층부에 거대한 추(진자형 제진장치) 같은 별도 장치를 설치해 지진 발생시 충격과 요동을 억제하는 제진(制震), 그리고 구조물과 지반을 분리해 지진력이 직접 구조물로 전달되는 양을 최대한 줄이는 면진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것이 면진이다.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가 지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구조물을 땅에서 완전히 띄워 놓으면 지진 피해는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공에 건물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진의 충격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한 건물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면진 기술은 자동차의 쇼크 애브소버(shock absorber·완충기)와 닮아 있다. 지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자체 흡수해 구조물 내부로 전달되는 충격을 줄이는 방식인 것이다.

 

면진 구조는 보통 건물의 하부나 중간에 건물의 무게를 지지하면서 수평 방향으로 부드럽게 변형이 가능한 ‘아이솔레이터(isolator)’라는 장치로 구성된다. 자동차의 쇼크 애브소버가 주로 수직 방향의 충격에 대응하는 데 비해 면진 구조는 수직·수평 방향의 충격 모두에 대응한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다. 지진이 발생하면 면진 장치가 설치된 층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면진 재료와 장치로는 다양한 재료 여러 장을 쌓은 복합판이나 미끄럼받침 등이 쓰인다. 복합 받침은 강철·고무·납 등 비중과 성질이 다른 여러 소재를 쌓아 만든다.

 

지하에 저수조를 설치해 물의 부력을 이용하거나 끈적끈적한 점성 재료, 로프를 이용한 면진 장치도 있다. 최근에는 강철 베어링이 달린 기계 장치를 이용해 충격에 반응해 굴러가는 장치도 등장했다. 상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진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기술이지만 놀랍게도 이런 면진장치는 이미 기원전 6세기에도 쓰였다. 고대 페르시아 수도이던 파사르가다이에서 이런 면진 원리를 적용한 건물이 발견됐고, 기원전 6세기에 지은 사이러스 페르시아제국 황제의 무덤에도 기초적인 면진 공법이 적용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위기가 만드는 기회

면진 기술은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 가장 활발하게 보급됐다. 이 기술을 적용한 고층건물만 5000동을 웃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면진 구조로 건물을 개조하는 시장 규모만 연간 40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면진 기술도 최근 들어 스마트 면진 기술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기술은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은 물론 수평으로 가해지는 지진 에너지도 함께 흡수하는 재료와 설계 방법을 쓴다. 내진 설계와 제진 설계를 모두 포함해 종합적으로 건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진동제어 장치에 인공지능 등 첨단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의 주택건설사들은 고층 맨션 건설에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미츠비시에서 판매하는 ‘더 파크 하우스 하루미 타워’가 대표적인 면진 맨션이다. 이 기술을 사용해 건설한 맨션은 진도 7 이상의 지진도 거뜬히 견딜 수 있다. 어지간한 정도의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한 것이다.

 

일본은 지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바꾸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베 대지진 이후 ‘건축물의 내진 개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특정 건축물의 소유자, 관리자에 내진 대책을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지진 피해 방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택건설회사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섰고 그 기술을 채용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좀 더 안전하게 시공된 장수명 주택과 면진 맨션 등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지진에 안전한 건축물의 보급 확대는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 그 효과가 확인됐다.

 

무엇보다 1995년 고베 대지진과 구마모토 지진은 진동의 세기가 비슷하지만 인명 피해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2011년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고베 대지진 사망자는 6402명. 하지만 이번 구마모토 지진 사망자는 수십명선에 그쳤다. 또한 고베 대지진 때 완파된 가옥 수가 무려 10만채가 넘었던 데 비해 이번 지진으로 붕괴한 주택은 100여 채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이번 지진의 피해가 비슷한 강도의 고베 대지진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은 지진 진동 지역의 인구 밀도 차이 등도 영향을 줬지만, 고베 대지진 이후 튼튼한 건물을 만들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인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드러난 문제점도 있다. 현재의 내진 설계 기준으로는 진도 6~7 정도의 지진을 1회는 견딜 수 있지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지진에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규정 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시장의 형성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본의 주택건설업계는 이번에도 보다 강력하고 연속적인 지진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그것은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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