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말 백조는 흰색이라는 상식이 깨졌다. 1697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렘 데 블라밍이 호주의 스완강에서 검은 색의 백조, ‘블랙스완(Black Swan)’을 발견했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 경제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검은 백조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책을 한 권 출간했다. ‘블랙스완’이라는 책이다. 탈레브는 사회나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백조와 블랙스완으로 구분한다. 백조는 자주 일어나고 예측과 대비 가능한 사건이다. 반면 블랙스완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며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다. 게다가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인생에는 이런 블랙스완이 가끔 출몰한다. 그리고 블랙스완이 출몰할 때마다 커다란 위기가 오기도 하는 반면 커다란 기회가 오기도 한다. 인생의 블랙스완,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위험한 블랙스완 : 사고, 질병 그리고 사망

겨울철 건물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에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만약 그 고드름에 맞아 사망할 확률은? 아마 로또를 맞을 확률보다도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열대 지방에서는 야자수 열매에 맞아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상어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인생의 블랙스완은 사실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교통사고로 죽거나 혹은 다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얼핏 생각하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00명 당 약 6명이 장애인이며, 이 중 88.9%가 사고나 질환 등 후천적인 원인에 의한 장애인(보건복지부. 2014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이다.

건강한 사람이 사고로 장애자가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치료를 위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것이다. 의료비로 적지 않은 돈이 지출되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으니 잘 다녔던 직장을 관두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일을 할 수 없으니 소득이 급감한다. 결국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암이나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증 등 매우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치료비만 있으면 대부분의 질병은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의료 복지 시스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젊은 시절 큰 질병에 노출되면 이후 삶이 막막해진다.

만약 가족 중 장애자가 있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가족 모두 힘든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치료비로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간병 등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심지어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이 사망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해도 전체 가족이 흔들린다. 자녀 중 한명이 사망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된다.

기회의 블랙스완 : 복권, 주식 그리고 사업

우리 주변에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로또 1등 당첨자다. 뉴스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실존한다는 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이와 비슷한 사람이 바로 주식 등 투자를 통해 일시에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이다. 확률은 조금 높지만 사업을 통해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람도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보자. 당첨금은 세후 100억원이다. 직장생활을 평생해도 일시에 만져보지 못할 정도의 거액이다.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집을 바꾸고 차도 사고, 쇼핑도 실컷 할 것이다. 그래도 돈이 남아 여생을 평생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액을 넣어 두었던 주식이 특정 호재로 인해 갑자기 열배 폭등할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소액을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주식이 몇 백배 올랐을 수도 있다. 간혹 부모님이 물려주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토지가 개발 호재로 몇 열배, 백배 오를 수도 있다.

입에 풀칠할 정도로 별 볼일 없이 진행하던 사업이 갑자기 부와 명성을 주는 사업으로 바뀔 수도 있다. TV 등 대중매체에서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출연,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든 음식점이 될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입, 일시에 100여개의 체인을 거느린 회사로 거듭날 수도 있다.

블랙스완, 대응의 문제다

인생을 살면서 위험한 블랙스완은 가급적 마주치지 않고, 기회의 블랙스완은 자주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두 종류의 블랙스완은 종종 출몰한다.

위험한 블랙스완은 대부분 보험으로 대비가 가능하다. 상해보험이나 건강보험, 종신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으면 보험사에게 재정적 위험을 떠넘길 수 있다. 다시 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회의 블랙스완을 마주하고, 그 블랙스완을 잡으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로또를 사던 주식에 투자하던, 하다못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나 일에 최선을 다하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일정 부분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종종 마주하는 블랙스완 출몰에 대비해 아무런 준비도 하고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인생은 늘 불공평하다고 불평만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완연한 봄이다. 봄기운에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의 인생도 완연한 봄이 되려면, 블랙스완에 마주했을 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블랙스완은 가끔 출몰한다. 그리고 일부만 기회의 블랙스완을 잡는다.

김승동

경제전문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재테크팀장기자를 역임하고 있다. 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중산층들이 좋은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어려운 금융상품의 장·단점을 쉽게 소개하는 기사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