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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투자]
철물점과 브렉시트의 공통점

 

 

지난 6월 23일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 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건재하다.

그 이유는 변두리 철물점과 닮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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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쟁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대형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식료품은 물론 생활용품, 가전, 의류 등 흔히 사용하는 것들을 거의 대부분을 판매한다. 그것도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편안하고 깔끔하게 쇼핑할 수 있다. 경제성과 편의성 모두를 갖춘 것이다. 때문에 대형마트에 밀려 동네 마트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철물점에서 취급하는 공구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물품 중 하나다. 못과 망치, 드라이버 등의 공구는 물론이며 대부분의 생활 자제들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네에는 철물점이 있다. 특히 변두리로 갈수록 구매할 사람이 없어 철물점도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마을과 떨어져 있는 길가에 커다란 철물점이 있는 곳도 많다.

철물점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조금만 고민해도 답이 나온다. 철물점이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편의성이 대형마트보다 높다는 점이다.

 

조그마한 철물점을 하나 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억 단위다.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상가 임대 등 부동산 비용을 제외한 물품구매비만 상당하다. 농촌에서 흔히 구입하는 충전식 농약분무기는 20만원 정도다. 수동 농약분무기는 5만원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요즘은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잡초를 제거하는 예초기는 30만원 이상은 줘야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다.

 

요컨대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생활용품 가격이 상당한 수준이기에 이런 물품을 구매해 놓는 비용이 많이 들며, 예상보다 높은 초기 투자금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진입장벽이 높아 일단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해진다. 30만원짜리 예초기를 판매하면 마진이 10~20% 정도 남는다.

 

농약을 치기 시작했는데 농약분무기가 고장 났다고 하자. 이 경우 가장 가까운 철물점으로 간다. 기존 것을 수리하거나 수리가 안 되면 새것을 사온다. 사람들은 일을 시작했으니 그 자리에서 끝내고 싶어 한다. 심리적 시간비용이 실제 지출되는 비용보다 큰 것이다. 마을 어귀의 철물점이 대형마트보다 편의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형마트를 잘 가지 않는 것이다.

 

브렉시트에도 영국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

지난 6월 23일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 결정을 국민투표에 붙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었다. 브렉시트 결정 초기에는 혼란이 컸다. 브렉시트 당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8% 떨어졌다. 영국 대표 주가지수인 FTSE 100도 6338에서 5% 이상 급락하며 6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영국은 전 세계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한다.

 

금융업으로 전 국민이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이 거의 없다. 브렉시트 초기 미국 뉴욕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금융 본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심지어 세계 4대 초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JP모건, 메릴린치, 모건스텐리 등은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브렉시트 후 영국 금융산업은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세금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영국 금융 본사를 유치하려고 했던 국가들은 헛물만 켠 셈이 됐다.

 

실제 브렉시트 결정 후 약 1개월 지난 현재(7월 21일) 주가지수는 오히려 6699를 기록, 브렉시트 전보다 오히려 올랐다. 급락했던 파운드화도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브렉시트 초기 대부분 전문가가 금융시장에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이고 전망했던 것과 반대의 모습이다.

 

브렉시트 결정에도 영국이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은 변두리에 위치한 철물점과 닮은 부분이 많다. 바로 금융업이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으며, 영국의 편의성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매우 클 것 같지만 사실 외환거래 규모와 대비하면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주식은 자국 통화로만 거래한다.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라면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통화로만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환전을 위한 통화 거래의 중심이 바로 영국이다.

 

최근 영국은 부상하는 중국의 위완화 거래를 비롯해 중국 자산 거래 핵심 기반을 구축하는 등 금융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런 인프라와 시스템을 단기간에 이동하는 결정은 매우 큰 모험이다. 즉 영국만큼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높게 쌓은 곳이 없다. 성 문이 높다면 들어오기도 어렵지만 나가기도 쉽지 않다. 쉽게 말해 영국 금융산업을 대체할 국가가 당장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편의성이다. 영국은 수백년 전부터 축적한 금융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시스템만 구축한다고 금융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위에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영국은 어렸을 때부터 금융 공부를 한다. 아예 정규 교과목에 금융이 포함되어 있다. 씨만 뿌린다고 풍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잘 가꿔야 한다. 영국은 금융업 발전을 위한 씨앗도 많이 뿌린 것과 동시에 잘 가꾸기 위한 노하우도 많은 것이다.

 

장기투자시 염두해야 할 것

브렉시트는 아직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금융 이벤트다. 때문에 영국의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제2의 브렉시트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이미 유럽연합 탈퇴 찬성자가 40% 이상이다. 하지만 단기적 악재로 인해 주가나 파운드화가 급락한다면 오히려 이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심리적 우려와 달리 시작은 빠른 회복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

 

다만 장기투자시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대형마트와 접근성이 변두리보다 편리한 도심지역은 과거보다 철물점이 매우 줄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철물점이 대형마트로 흡수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영국이 전세계 금융 중심이 되려면 장벽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소속 국가부터 영국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이나 독일은 영국의 금융산업을 대체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영국 금융의 위상이 브렉시트로 조금씩 무너질 수 있다. 동네 철물점이 대형마트로 흡수되듯 영국 금융 시스템도 미국이나 독일로 조금씩 흡수될 수 있다.

 

 

김승동

경제전문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재테크팀장기자를 역임하고 있다. 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중산층들이 좋은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어려운 금융상품의 장·단점을 쉽게 소개하는 기사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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