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사는 집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스트라이프와 체크패턴, 지그재그무늬가 가득 채워진 집은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빈틈없이 무언가로 채워진 모습이 누군가는 어지럽다고 느낄 테지만, 자칭 타칭 ‘스트라이프 마니아’로 불리는 장유경씨에게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보물섬이다. 다채로운 패턴이 수놓인 동화같은 집 속으로 들어가 본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rkal2010.blog.me
▲패턴 플레이의 매력이 가득 담긴 거실. 원목마루 위에 체크패턴 데코 타일을 깔아 멋을 냈다. 창문에 달린 어닝과 패브릭 등 소품으로 표현한 스트라이프 패턴도 눈길을 끈다.
골목길 위로 울긋불긋 낙엽이 쌓인 양천구 신월동 주택가 풍경은 누구에게나 눈에 익은 듯 편안한 모습이다. 특별할 것 없는 동네에서 개성 넘치는 특별한 집을 만났다. 블로거 ‘시크한 까미’로 활동하는 장유경씨의 집이다.
자칭, 타칭 열렬한 스트라이프 마니아로 통하는 그녀는 84㎡ 다세대주택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현관에서부터 과감한 스타라이프 패턴이 자리 잡은 집은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직감하게 한다.
1 현관 입구부터 과감하게 사용된 스트라이프 패턴. 회색 페인트를 칠한 벽 위에 시트지를 길게 오려 붙여 보다 간편하게 패턴을 표현했다. 2 유경씨의 작업 공간. 자투리 목재로 만든 어닝 위에 페인트붓을 붙여 꾸민 모습이 귀엽다. 벽에 걸린 액자 역시 그녀가 직접 DIY한 작품.
1년 반 동안 꾸준하게 셀프인테리어를 시도해온 유경씨의 취향은 독특하면서 분명하다. 가장 좋아하는 장식은 스트라이프패턴, 좋아하는 스타일은 빈티지와 인더스트리얼이다. 그녀의 집은 좋아하는 모든 것이 펼쳐진 동화 속 나라다.
▲스트라이프패턴이 과감하게 사용됐음에도 컬러를 통일한 덕분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천장 모서리 부분은 결로 탓에 오염이 생겼는데, 블록 시트지를 붙여 멋스럽게 가려두었다.
다채로운 패턴&스타일 믹스매치
거실은 집주인 유경씨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다채로운 패턴이 오밀조밀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인형의 집’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제일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바닥. 짙은 월넛색의 원목 마루 위에 블랙 앤 화이트 데코타일을 사선으로 덧붙였다. 패브릭 소파가 놓인 자리에는 베이지색 러그가 깔렸다. 세 가지 컬러와 패턴이 교차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풍긴다.
주방은 빈티지한 감성이 물씬하다. 손수 만든 소품을 진열해두었더니 자연스럽게 빈티지 스타일링이 완성됐다.
1 버려진 수납장의 서랍을 리폼해 만든 공중 수납장. 자투리 목재와 철망으로 문을 만들어 달았다. 벽면은 반을 나눠 하부에만 회색 페인트를 칠했다. 컬러블록만 표현해도 한결 모던한 분위기가 난다. 2 침실은 사방 벽이 모두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채워졌다. 벽 자체가 장식이 되는 덕분에 물건을 놓아두는 것만으로 근사해 보인다.
유경씨의 DIY 특징은 한 마디로 ‘재활용’이다. 헤진 청바지나 폐전선, 옷걸이처럼 버리는 물건을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수명을 다한 낡은 프라이팬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멋스러운 장식이 된다. 프라이팬에 스프레이 라커로 색을 입히고 종이로 레터링을 붙여 한켠에 걸어두었다. 밋밋했던 스위치커버에는 숟가락과 포크를 붙여 장식했다. 주방에 찰떡 같이 어울리는 꾸밈이다.
▲주방에선 빈티지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ㄷ’자형 파이프를 천장에 매달고
리폼한 냄비와 프라이팬을 매달아 주방에 어울리는 장식을 했다.
벽면 하부에 웨인스코팅 패널을 붙여 전체적인 패턴플레이를 이어간다.
통일된 컬러매치로 조화로움 표현
갖가지 패턴을 과감하게 사용했음에도 유경씨의 집은 조화롭다. 이유는 컬러를 통일감 있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와 화이트컬러를 메인으로 삼아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러한 컬러매치는 침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침실은 벽면 가득 스트라이프 패턴을 입혔다. 여기에 소품과 침구까지도 스트라이프패턴을 골랐다. 자칫 복잡해 보이기 쉽지만, 전체적으로 그레이컬러를 적용해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녀만의 영리한 패턴플레이 덕분이다.
▲주방 한켠에 마련한 갤러리 공간. 유경씨가 직접 만든 DIY 물건을 장식해두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프라이팬. 낡은 프라이팬을 스프레이 라커로 리폼하고 종이로 만든
레터링을 붙여 마치 액자처럼 사용한다.
프라이팬 위의 레터링 장식은 폐전선을 이용한 작품이다. 철사보다 성형이 쉬워 만들기가 간편하다.
그녀가 고수하는 또 다른 셀프인테리어 철학은 ‘쉬운 DIY’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끝에서 집꾸밈이 완성된다. 톱으로 자투리 목재를 자르고 송곳과 드라이버로 못을 박는다. 그러다보니 시공이 간편한 재료를 찾게 됐다. 페인트보다 간단하게 붙이는 시트지와 데코 타일로 패턴을 표현하는 이유다.
영리한 DIY로 자신만의 셀프인테리어를 펼치는 유경씨. 갖가지 패턴과 장식이 집안 곳곳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그녀의 보금자리는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그녀를 닮았다.
How to 셀프
패브릭 선인장
How to Make ① 청바지 천을 두 겹으로 겹치고 볼펜으로 선인장 모양을 그린다. ② 청바지 두 겹이 분리되지 않도록 옷핀 등으로 고정시킨 후 스케치를 따라 바느질을 한다. ③ 바느질 부분에서 2mm 정도 간격을 두고 선인장 모양으로 청바지를 오린다. ④ 선인장 모양으로 오린 청바지를 뒤집는다. ⑤ 청바지 안에 솜을 넣어 입체적으로 만든다. ⑥ 선인장 가시로 쓸 이쑤시개를 준비한다. 끝부분을 커터칼로 뾰족하게 다듬는다. ⑦ 청바지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이쑤시개를 꽂는다. ⑧ 화분으로 쓸 컵 안에 신문지를 반 정도 채운다. ⑨ 신문지 위에 선인장을 세운다. ⑩ 선인장을 넣은 컵의 빈 공간에 숯을 채워 넣는다.
Tip 숯은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고 내뿜는 성질을 갖고 있다. 선인장 화분에 담긴 숯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가습기 효과를 낼 수 있다.
폐전선 레터링 장식
How to Make ① 쓰지 않는 전선을 준비한다. ②,③ 펜치를 이용해 전선을 구부려 글자를 만든다. ④,⑤ 전선이 직각으로 꺾이는 부분은 얇은 알루미늄 스프링을 이용해 묶어서 고정한다.
Tip 전선은 2.0mm 규격으로 준비한다. 너무 얇을 경우 고정력이 없어 레터링으로 만들기 힘들고, 반대로 두꺼우면 곡선으로 구부리기 힘들다.
휴지심 리폼 냄비받침
How to Make ① 휴지심을 준비한다. 키친타월과 같은 두꺼운 심을 사용하면 내구성이 좋다. ② 휴지심을 2cm 정도 두께로 자른다. ③ 자른 휴지심은 물방울 모양이 되도록 한쪽 부분을 살짝 접어준다. ④ 글루건을 이용해 준비한 휴지심을 붙인다. ⑤ 휴지심이 꽃모양이 되도록 붙여 원하는 크기로 만든다.
Tip 휴지심 끝부분에 리본끈을 말아서 붙이면 디자인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좋아진다. 리본끈이 휴지심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