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씨(45)는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빌라 최상층(전용 75㎡)에 전세로 살고 있다. 10년 전 결혼한 후, 2년마다 수천만원씩 뛰는 전세값을 지불하며 모두 4차례 이사했다. 투룸에 주방 겸 작은 거실이 있던 첫 신혼집 전세금은 1억원. 10년 사이 방이 하나 늘고 거실과 주방이 넓어졌을 뿐인데, 전세금은 3배 증가했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의 전세 가격은 3억.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 때문에 더 이상 이사가 힘들다고 판단한 박씨는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고 나섰다. 그렇지만 지금 사는 집 만한 규모의 새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2억원이 더 필요했다. 박씨는 현재 집에서 전세를 살면서 어느 정도의 월세수입이 나오는 역세권 소형아파트를 매입하기로 마음 먹고 매물을 찾아보는 중이다.
▲신도시, 혁신도시, 택지지구에 등장한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주거와 임대소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은 한 해였다. 무주택자도 마찬가지다. 내 집 마련보다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무주택자가 적잖다.
수익형부동산 열풍의 진원지는 신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다. 지난 6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한 영종 하늘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에 6만4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9000대 1을 웃도는 사상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이미 2015년 하반기부터 위례, 하남 미사, 남양주 별내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가 모두 완판되었으니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가 인기인 이유는 임대소득을 올리면서 주거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 주인이 4층 내외로 건물을 지어 1층은 커피숍·상가로, 2~3층은 전·월세 주택으로 임대한다.
올해 입주가 진행된 미사지구와 위례지구에서는 전용 40㎡내외의 투룸은 1억원대, 전용60~85㎡ 방 3개짜리는 2억원대 초중반의 전셋값으로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 신도시 뿐만 아니라 구도심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상가주택을 짓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특히 과거 주택가에서 번화가로 바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마포구 상수동·합정동 일대는 더는 단독주택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편 서울 시내 500억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량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로 50억원대 미만의 꼬마빌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산가는 중소형 건물을, 소액 투자자는 소형 아파트나 상가주택 등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주택 매매거래량을 살펴보면 연립·다세대주택>단독·다가구주택>소형아파트 순으로 거래량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다. 60대의 주택매입량도 늘어나고 있는데, 은퇴자 가운데 큰 집을 작은 집 2채로 줄이거나 임대사업을 위해 소형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진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