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와 같은 비영리법인의 운영재원은 국고 등 보조금과 일부 수익사업을 통한 수입금으로 이루어진다. 이중 보조금은 용역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으며, 비과세사업과 과세사업에 공통되는 공통매입세액의 안분계산에 관해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의 공급가액비율에 따라 공통매입세액을 안분계산하도로 규정한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의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 다른 합리적인 안분계산 방법들 중에서 공통매입세액의 안분계산에 적합한 것을 찾아 부가가치세를 부과해야 한다.
비영리법인은 그 설립 목적이 공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리외의 것을 고유목적으로 하여 설립되는 법인으로 사회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공익법인과 그렇지 않은 비영리공익법인이 있다.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수익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에는 영리사업자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수익사업을 영위하게 되고 당초 고유목적사업을 위한 매입외에 수익사업을 위한 매입도 발생하게 된다. 이때 과·면세 겸영사업자의 과세·면세분 매입세액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 공통매입세액 안분계산을 하는 것과 같이 수익사업과 비영리사업(고유목적사업)의 매입세액 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에도 공통매입세액 안분계산이 발생한다.
● 사실관계
원고(청구법인)는 1983년 9월 1일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42조에 의해 설립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인 비영리법인이다. 섬유소재 및 생산기술개발·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시책사업 등에 참여해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업을 주로 하면서 섬유제조업체에서 의뢰하는 품질성능분석 및 인증업무 등 수익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원고의 운영재원은 국고보조금과 시·도 기타 보조금이며 일부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수입금으로 구성돼 있고, 보조금을 재원으로 한 고유사업(비과세사업)에 관련된 수입금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으면서 매입세액은 전액 공제해 신고했다.
그러나 피고(처분청)는 비과세영역의 공급가액을 산정할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본래의 업무수행에 사용되도록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을 비과세 영역의 공급가액으로 간주해 공통매입세액을 안분계산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므로 건물의 신축단계에서는 고유목적사업인 연구기술용역으로 순수 비과세 대상인 이상 매입세액 불공제한 당초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총매입세액 중 건물 신축관련 매입세액을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매입으로 보아 매입세액을 전액 불공제하고 과세분 매입세액은 전액 공제하면서 나머지 매입세액에 대해서는 공통매입세액으로 안분계산해 매입세액을 불공제하고 2007년 제1기~2011년 제2기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했다.
● 원고의 주장
국고보조금 등은 국가가 원고에게 반대급부나 대가관계 없이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으로 국고보조금 등을 받는다고 해서 과세사업이 비과세사업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과세사업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에 관한 매입세액은 국고보조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으로 공제대상이므로 원고의 전체사업을 과세사업으로 보아 매입세액을 전액 공제해야 하고, 보조금은 안분계산 산식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세사업으로 전환한 사업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 적정 여부 및 법인세 현장 조사에서도 적정 여부 확인을 했고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수년간 부가가치세 환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피고의 공적견해로 보았다. 따라서 원고에게 신고·납부 의무를 게을리 한 귀책사유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 조세심판원의 판단
피고는 원고의 연구개발업을 비과세사업(고유사업)이라고 했으나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는 과세사업이나 면세사업 중 하나일 수밖에 없고 비과세사업이란 용어는 ‘부가가치세법’상에 없으며, 만일 청구법인의 사업이 비과세 사업이라면 사업자등록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와함께 원고가 기술검사서비스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 기술검사서비스와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은 사업과 관련된 활동이 분명하므로 이를 분리해 비과세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일한 사업자가 과세사업과 비과세사업을 겸영하는 경우 공통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 등에 대한 매입세액 중 실지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세액이 있다면 그 중 과세사업분으로 공제되는 매입세액과 비과세 사업분으로 공제되지 아니하는 세액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통매입세액 중 매출세액에서 공제받지 못하는 면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만을 계산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과세사업과 관련한 매입세액을 산출하는 데도 유추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비과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 역시 과세사업의 매출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없는 것으로서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과 다를 바 없다는 점 등에 비춰 동일한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과세사업과 비과세사업을 겸영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원고의 총공급가액에 대한 과세사업에서 발생한 수입금액의 비율을 공통매입세액에서 공제해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실지 귀속으로 구분할 수 없는 공통매입세액에 대해 안분계산 대상으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까지의 판단
부가가치세법에서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에 공통으로 사용되어 실지 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매입세액(공통매입세액)은 총공급가액에 대한 면세공급가액의 비율에 의해 안분계산하도록 규정하며,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의 공급가액이 없거나 어느 한 사업의 공급가액이 없는 경우 공통매입세액 안분계산은 매입가액의 비율, 예정공급가액의 비율, 예정사용면적의 비율의 순서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세사업인 수익사업과 비과세사업인 고유목적사업을 겸영하고 있고, 원고가 지급받은 보조금을 고유목적사업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비과세사업을 수행함에 따라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액이 아닌, 비과세사업 수행에 앞서 미리 지급되는 보조금을 비과세공급가액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이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비과세사업과 과세사업에 공통되는 공통매입세액의 안분계산에 관해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의 공급가액비율에 따라 공통매입세액을 안분계산하도로 규정한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원고가 지급받은 보조금은 고유목적사업 수행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으므로 고유목적사업 수행은 무상의 용역제공에 불과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비과세사업의 공급가액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다른 합리적인 안분계산 방법들 중에서 공통매입세액의 안분계산에 적합한 것을 찾아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어야 함에도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에 따라 면세사업 관련 매입세액을 산정한 바, 이러한 계산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면세관련 매입세액을 초과해 불공제된 부분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했다.
● 결어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 그 매입세액을 영리부문과 비영리부문으로 안분하는 방법은 일반 과·면세 사업자의 안분계산 방법과 다를 수밖에 없다.
판례와 같이 비영리부문은 공급가액이 없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리부문과 비영리부문의 공통매입세액을 어떻게 안분계산할지는 법인의 주요 업종이나 매입내용 등을 고려해 현재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분계산방법 중 각각의 적절한 방법을 찾아 매입세액을 과다하게 공제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법인세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어 영리법인에 비해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재산을 출연받거나 기부금단체로 지정되어 불특정다수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의 재원이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사회에 환원되거나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이용되도록 그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보고하도록 출연재산 등에 대한 보고서, 세무확인서 제출, 결산서류 등 공시,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공개 등의 의무이행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석봉 세무사는 국립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법학석사를 거쳐 강남대 세무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오랜 기간 국세청에 근무하면서 세무조사 및 소송, 국제조사, 혁신분야 등을 두루 섭렵했으며, 조사업무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현재 세무법인 호연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