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가격이 평균 6억원에 달한다. 소위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빚내지 않고 집을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런데 이제 빚마저도 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취재 지유리 기자
아파트 구입할 때 필요한 대출은?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20~30대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2년을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집을 구입하려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에 맞춰 금융권에서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이들을 위해 대출 문턱을 다소 낮춰두었다. 특히 아파트를 분양받고 본격적으로 분양대금을 납부할 시기가 오면 아파트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집단대출’을 실시한다.
분양권자에 단체로 지급하는 집단대출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 분양자나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소득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대출이다. 대개 금융기관이 건설사와 시행사의 요청으로 집단대출을 진행한다. 납부해야 하는 금액에 따라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 이주비대출 등으로 구분된다.
집단대출은 개별 대출자에 대한 별도의 신용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대출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잡기 때문이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아파트의 분양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걱정이 없다. 게다가 수백세대에 이르는 분양권자가 한꺼번에 대출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좋다.
대출을 받으려는 입장에서는 깐깐한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고 수억원대의 거액 대출이 가능한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깜깜이 집단대출, 문제는?
집단대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집단대출은 주택경기가 불안할수록 위험부담이 커진다. 소득수준이나 상황능력을 따지지 않고 지급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컨대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A씨가 5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고 중도금대출로 4억을 빌린 경우를 가정해보자. 만약 집값이 3억으로 떨어지면 A씨는 당장 분양권을 팔아도 1억원이라는 빚이 생기게 된다.
특히, 집단대출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소득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저신용자 대출도 상당하다. 그 때문에 집단대출이 연체될 경우 가계부채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인다.
올해부터 바뀌는 집단대출 규제 Q&A
가계부채가 1300조를 돌파했다. 경기침체가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는 가계부채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아파트 집단대출을 규제한다고 나섰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 대출심사 강화 규정인 ‘여신심사선진화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대출승인이 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Q. 소득 심사 꼼꼼하게
A. 그동안 집단대출은 별도의 상환능력이나 소득증비서류를 심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1월1일 이후 입주자모집을 공고하는 아파트의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집단대출 신청을 할 때 반드시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자료를 제출하기 곤란한 경우에 한해 인정·신고소득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실직 등의 이유로 소득자료 제출이 어려울 경우에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해 최저생계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Q. 이주비·중도금대출은 적용 안 돼
A. 지난해 12월31일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아파트 분양권자의 이주비대출 혹은 중도금대출은 강화된 집단대출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또, 12월31일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아파트의 잔금대출 역시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Q. 앞으로 잔금대출, 비거치식 분할상환한다는데
A. 올해부터 입주자모집을 공고한 사업장에 대한 잔금대출은 앞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1년 이내)로 지급된다. 비거치식 분할상환이란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은 방식이다. 잔금대출에 해당하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은 대출을 받은 첫날부터 만기일까지 이자만 상환하는 기간, 즉 거치기간이 1년 이내이면서 원금을 월 1회 이상 분할해 상환하는 대출이다.
Q. 잔금대출을 만기일시상환하고 싶다면
A. 정책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잔금대출은 비거치식 분할상환해야 하지만, 명확한 상환계획이 있다면,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목돈의 적금 만기가 곧 돌아오거나, 조만간 다른 주택을 팔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을 증명하면 거치식 분할상환 또는 만기일시상환을 적용받을 수 있다.
Q. 집단대출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A. 집단대출에 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국은행연합회(www.kfb.or.kr)를 참고할 것. 연합회 홈페이지 ‘셀프상담코너’를 통해 집단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궁금한 사항은 직접 글을 남겨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