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서울에 첫 금연아파트가 지정됐다. 해당 단지의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아파트 공용공간에서 흡연이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동안 이웃 갈등을 일으켜온 아파트 간접흡연문제를 풀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 지유리 기자
강제력 있는 금연아파트 지정 가능해져
층간소음만큼이나 아파트 생활에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있다. 바로 ‘흡연’이다. 아파트 계단이나 주차장 등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아파트 공용공간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종종 목격된다. 담배연기는 비흡연자에게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만든다. 그동안 흡연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 주민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져왔다.
아파트 내 흡연문제가 심각해지자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아파트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금연아파트’ 지정이다.
법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네 곳 전체 혹은 일부를 각각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이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연아파트 지정, 어떻게
금연아파트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네 곳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 동의서를 입주민 절반 이상에게 받아야 한다. 입주민 동의는 3개월 내에 완료해야 한다.
입주민 동의서가 준비됐으면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신청서’를 작성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한다. 아파트 도면과 세대주 명부도 함께 내야 한다. 입주민 동의서와 신청서 등 관련 서류는 전자문서로 작성해 제출해도 무방하다.
신청을 받은 지자체는 제출한 서류의 진위여부 등을 판단해 금연구역을 지정한다. 금연구역지정번호가 부여되면 신청한 아파트에 알린다.
금연구역이 지정된 아파트는 금연구역지정번호와 금연구역지정 범위, 시행일자 등을 입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아파트 홈페이지 및 단지 내 게시판, 세대 내 알림방송 등을 통해 금연구역 지정 사실을 고지한다.
금연아파트 찬성부터 신청까지 ‘3개월’
금연아파트를 지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민의 동의’다.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일일이 입주민을 찾아 금연구역 지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데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동의서를 받고 신청서를 내기까지 ‘3개월’ 안에 끝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지자체에 아파트 금연구역 지정을 신청하면 지자체는 해당 건의 정당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금연구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기간으로부터 3개월 내에 작성된 입주민 동의서만을 정당 서류로 인정한다.
금연아파트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면, 전자투표 등의 방법을 도입해 입주민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드는 기간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금연아파트 지정되면 담배고민 끝? NO!
강제력 있는 금연아파트를 지정할 수 있게 됐지만, 이것만으로 아파트 내 흡연피해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연구역 지정 대상이 4곳뿐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단지 내 지상주차장이나 야외에 조성된 공원 및 벤치에서는 금연을 강제할 수 없다.
또한 금연구역에서 흡연이 적발되면 흡연사진을 찍고 흡연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흡연사실이 적발되면 담뱃불을 바로 꺼버리는 탓에 사진을 남기기가 어렵다. 또 자치구마다 단속원이 5명 안팎에 불과해 금연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금연아파트 안내표지판 만드세요!
지자체의 심사를 통해 아파트 내에 금연구역이 지정되면 아파트는 반드시 안내표지판을 세워야 한다.
먼저 아파트 전체 출입구에 안내판을 통해 금연아파트임을 알리고,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등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개별 시설 입구에 안내표지판을 세워야 한다.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 안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그림 또는 문자가 쓰여 있어야 한다. 만약 흡연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도 기재해야 한다. 위반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신고번호도 포함된다.
층간흡연엔 제재조치 없어…실효성 의문
금연아파트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층간흡연에 대해선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이웃 세대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워 베란다나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담배연기가 넘어오는 ‘층간흡연’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신고유형을 살펴보면 총 1539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08건(55.2%)이 베란다, 화장실 등 집안에서 발생한 흡연이라고 답했다. 복도, 주차장 등 아파트 공용공간에서 발생한 간접흡연 신고는 447건으로 30.5%에 불과했다.
층간흡연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데 현재 이에 대한 강제성 있는 조치가 현재로서는 없다.